[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신 '자유'를 앞세우며 극단적 우편향을 초래한 채, 권력 사유화에만 몰두했는데요. 검찰을 길들여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뭉갰고, 부인을 지키기 위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했습니다. 최근 명태균 씨 관련 논란 역시, 이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이런 대통령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창립행사에서 '불통 국정'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 건 24년 만이었는데요. 그는 이 자리에서 '매카시즘'(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반공주의 열풍)적 발언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종전선언을 추진한 전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며 거친 비난을 쏟아냈고, 야권을 겨냥해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한다"고 공격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주도의 개혁 법안들은 번번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됐고, 인사 참사는 거듭됐습니다. 또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까지 국회로 돌려보내며, 민심에 정면 역행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임기 2년 반 동안 총 24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45회)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횟수를 모두 합한 것(21건)보다 많은 수치인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 참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권 무력화'를 이어갔습니다. 총선 이후 9개월 동안 18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그가 행사한 거부권의 75%를 차지합니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인사청문 대상자도 총 29명입니다. 가장 많은 임명 강행으로 비판받은 문재인 정부의 34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데요.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코드를 맞출 만한 강성 인사로 요직을 채웠습니다.
정치가 '실종'을 넘어 '진공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에도, 윤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을 '패싱'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과 '최초 개원식 불참' 기록을 세운 건데요. 지난 4일 시정연설에도 총리를 대신 보내며, 박근혜정부 이후 11년간 이어진 관례도 깼습니다.
지난 2022년 김건희 여사가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은 2년 반도 '마이웨이' 선언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선 '공사 구별'이 붕괴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아들을 구속하는 결단을 내렸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반대였는데요. 윤 대통령은 중앙지검장까지 전격 교체하고 '총장패싱·황제조사' 논란까지 일으키며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면죄부를 줬습니다.
윤 대통령은 "소수 이권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대선 출마 선언을 했는데, 정작 본인이 '권력 사유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지난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제의식 자체가 부재한 모습이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와 22대 총선 당시 명씨를 통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데요. 윤 대통령은 오히려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가 자신의 휴대전화 메시지에 대신 답하곤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공천 개입 의혹과 대해 "'누구를 공천 줘라' 이런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런 이야기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외압이 아닌 의견을 이야기하는 거지만, 그때는 (이야기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천개입 의혹은 이미 의혹 수준을 넘어섰다"며 "법적인 절차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단지 특검을 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명씨가 남긴 말을 통해, 김 여사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게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최순실 사태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결국 법도 국민 정서에 의한 산물"이라며 "상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넘어서는 법은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