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공'을 예고하면서 관세 충격이 미칠 여파에 전 세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철저한 '거래주의자'인 트럼프는 가치보다 '실익'을 우선해 모든 외교 관계가 손익계산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큰데요. 특히 미국 무역 정책을 총괄할 무역대표부(USTR) 대표 자리에 '무역 차르'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본격 언급되면서 한국이 입을 타격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치 보다 '실익'...계산기 두드리는 트럼프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USTR을 이끈 라이트하이저가 차기 행정부에서 '무역 차르'가 되길 원한다는 뜻을 주변에 밝혔습니다.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로 평가되는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당시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미국에 유리한 무역 합의를 끌어냈는데요. 상무부와 USTR를 포함해 무역 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될 관세 정책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곧바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최근 대외정책경제연구원(KIEP)은 한국의 대미 수출이 222억~448억달러(31조~62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년부터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1∼9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99억달러로, 연 단위로는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가 한국에 무역조건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외교광장 이사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2회 외교광장 연례포럼에서 "트럼프는 관세를 통하든,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든 모두를 동원해 무역 역조를 개선하려고 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했던 한국 기업들에 약속되었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도 취소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동맹화나 경제 안보화의 제도화보다는 대중 견제를 위해 철저하게 수단화하며 미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철저하게 이익에 기반한 '거래주의'적 입장을 지닌 트럼프에게 한·미동맹이 지닌 혈맹으로서의 가치나 민주주의 연합 등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협상에 운명 달린 한국 경제..."조선·에너지 분야, 기회"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자의 재등판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 FTA 개정이 잠재적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이끌었던 라이트하이저가 '미치광이 전술'로 한국을 압박한 것에 비해 대단한 변화가 있지 않았단 점은 그나마 다행인데요.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은 "일단 엄포는 놓지만 국가 간 협약인 FTA 제도 자체를 손대신 쉽지 않아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보편관세를 20% 정도 물려 사실상 한·미 FTA를 무력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2년 발효된 한·미 FTA로 인해 발효 10년 차인 2022년 기준, 한국은 98% 이상 관세가 철폐된 상태입니다.
높아진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 다변화를 탐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김수동 실장은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90%를 넘는데, 몇 개 국가에 국한돼 있다"며 "예전에도 중국과 틀어지면서 미국 쪽을 확대했는데 이제는 트럼프가 와서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시장에 의존하면 부침이 생기는 만큼 지속적인 시장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정부는 이날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향후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제 막 선거가 끝난 만큼 미국 신행정부와 한·미 통상관계를 안정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에서 전개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기업과 긴밀히 소통한다는 설명입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력이 진행돼 왔다면, 얼마 전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를 통해 조선산업에서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듯 앞으로 조선을 비롯한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의 범주를 넓혀 나갈 것"이라며 "트럼프 1기 때 대처했던 경험을 잘 살려 기회 요인들을 찾고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주요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한 후 출입기자단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산업부)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