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쇼크'…신 3고 '습격'

전 세계 '트럼프 랠리'에도 한국은 '소외'
환율 치솟고 증시 급락…탈코리아 '비상'

입력 : 2024-11-13 오후 5:01:4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트럼프 랠리'에 들썩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뉴욕 증시로 돈이 쏠리고 비트코인·금과 같은 자산시장도 연일 들썩이고 있는데요. 이와 반대로 국내 금융시장은 '트럼프 공포'에 연일 추락하며 '나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대를 훌쩍 돌파하더니 연일 치솟고 있고, 코스피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2500선을 내준 데 이어 2400선마저 위협받고 있는데요.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데 따른 압박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피벗(통화정책 전환) 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랠리'에 한국 금융시장이 소외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물가·금리 등 '신 3고' 공포가 한국 경제를 덮친 모습입니다.
 
원·달러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1400원 돌파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5원 오른 1410.0원에 개장하며 전날 야간거래에서 경신한 연중 최고점(장중 1409.9원)을 뛰어넘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10.6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22년 11월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날  원·달러 환율은 3.3원 내린 1406.6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을 돌파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과거 외환시장을 살펴보면 크게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 번째 기록인데요. 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직전인 지난 5일에는 1370원대에 머물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 연일 급등하는 흐름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거세진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감세·관세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물가가 오르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고 달러 가치는 치솟습니다. 시장에서 미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데 압박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2일(현지시간) 국제금융시장에서 전날보다 0.90% 오른 106.02를 기록했습니다. 106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5월1일 이후 6개월여 만으로 최고치를 나타냈는데요. 반면 아시아 통화는 줄줄이 약세를 기록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관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당분간 달러 강세를 지지할 공산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 내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홀로 약세' 코스피 2500선·코스피 900선 붕괴
 
국내 증시 역시 '트럼프 랠리'에 들썩이고 있는 전 세계 증시와 달리, 연일 추락하며 '나 홀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4.30포인트(0.58%) 내린 2468.27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는데요. 지난 7월 2900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는 연일 추락하며 2500선이 붕괴된 데 이어 2400선까지 밀리며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코스피는 이날 전날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감하면서 나흘째 급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2개월 만에 장중 700선이 무너지며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반면 미 대선 이후 최근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이어가는 등 '트럼프 랠리'에 들썩이고 있는데요. 블루칩 중심의 다우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4000선을,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000선을 각각 상회했습니다. 블랙홀처럼 글로벌 투자자금을 흡수한 기술수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만9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등도 상승하며 트럼프 랠리에 들썩였습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코스피는 3.16%, 코스닥은 4.41% 하락하며 부진했다"며 "이는 같은 기간 미국 3대 지수가 4%대 상승 및 사상 최고치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미국 증시의 트럼프 트레이드는 숨고르기가 잠시 나타났으나,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며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호무역 관세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파고에 세계시장이 요동치고 금리, 물가, 환율 3고 공포가 덮치고 있어 정교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연일 이어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외환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감세 연장과 규제 완화 기대로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꾸준히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4.30포인트(0.58%) 내린 2468.27에 개장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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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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