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고환율에 허덕"…근심 깊은 식품가

세계식량가격지수, 18개월 만에 최고치
강달러 지속에 무게…원가 부담에 '한숨'
"가격 인상 어려워"…돌파구는 해외뿐

입력 : 2024-11-13 오후 4:56:34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식품 원재료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그리는 가운데 고환율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식품업계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익성 저하라는 난관에 봉착한 것인데요. 해외 시장 진출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 오른 127.4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매월 식량가격지수를 집계하는데, 2014~2016년 평균치를 100으로 설정했습니다. 2020년(98.1) 100을 밑돌았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21년 125.7 △2022년 144.5로 급등했다가 △2023년 124.5를 나타내며 오름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 117.6으로 출발한 지수는 5월 120.5를 기록 후 하반기로 갈수록 뛰고 있습니다.
 
지난달 유지류 가격지수 상승률은 7.3%에 달했습니다. 팜유는 주요 생산국에서의 생산량 감소로, 해바라기유와 유채유는 생산량 부족 전망으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설탕과 유제품의 상승률은 각각 2.6%, 1.9%로 집계됐습니다. 밀·옥수수 등 곡물 상승률은 0.8%입니다. 특히 국제 밀 가격은 날씨로 인한 겨울작물 파종 우려와 러시아의 가격 하한선 재도입 등의 여파로 2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오렌지주스, 커피, 코코아 등 각종 원부재료 가격 또한 고공행진 중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오렌지주스 가격은 2022년 파운드당 175.47센트에서 2023년 301.59센트, 2024년 평균 414.59센트로 급등했습니다. 지난 12일 뉴욕상품거래소(NYBOT-ICE)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오렌지주스 가격 종가는 파운드당 478.75센트입니다. 지난 9월 10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501.8센트)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400센트 후반대를 보이고 있죠. 커피 원두와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올해 뜀박질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식료품 매장. (사진=뉴시스)
 
달러 강세 현상 뚜렷…"살길은 수출 뿐"
 
여기에 막을 내릴 줄 알았던 고환율 시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 우려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기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품 판매가에 늘어난 비용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한숨만 커지고 있죠.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대다수 식품 원재료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원료 가격 상승은 물론 고환율에 따른 타격이 크다"면서도 "물가 안정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국내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모두 어려운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기업은 되레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서 "원재료의 경우 수입 다변화를 통한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수출 확대를 꾀하는 실정입니다. 원가 상승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부분으로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식품기업들은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적체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 강화로 인해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원가 상승이 명확한 내수 위주의 식품 업체들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다. 수출 위주 기업의 경우 그나마 원가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미국 시장에 대한 변수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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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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