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능 끝나면 제 꿈도 이뤄질까요"

전국 1282곳 시험장에서 52만2670명 응시
21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 지원…16만명
정근식 "실력 발휘하길…행운이 오길 기원"
수험생 "대학서 원하는 공부 마음껏 할 것"

입력 : 2024-11-14 오후 3:05:44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다 끝나면 친구들과 술 마시고 게임하고 싶어요."
 
"정치외교학과에 가서 제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보고 싶습니다."
 
"웹프론트엔드 개발하고 싶은데 꿈이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수능 한파' 없는 흐린 날씨의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은 수험생과 학부모로 북적였습니다. 오늘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는 날입니다. 수험생들의 발걸음은 긴장되어 보였습니다. 동시에 표정에선 그동안 닦은 실력을 발휘해서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드러냈습니다. 
 
수험생 조성민씨는 "재수를 해서 이번 시험이 더욱 떨린다. 이번에는 한 번에 대학에 가고 싶다. 다 끝나면 친구들과 술 마시고 게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변상욱씨는 "1년 동안 해온 공부를 오늘 다 푸니까 벌써 후련하다. 정치외교학과에 가서 제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재엽씨는 "웹프론트엔드 개발하고 싶은데 꿈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노력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안지민씨는 "첫 시험이라 많이 떨리긴 한다. 안되면 다시 해야 하지 않겠나. 경제학과에 입학해 회계사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14일 오전 수험생과 학부모가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반포고 교문 앞은 교통체증을 방지하고 수험생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교통 통제가 심했습니다. 차를 타고 온 가족은 수험생만 잽싸게 내려주고 현장을 빠져나갔어야 했습니다. 떠나가는 자식의 모습이 아쉬워 입실하는 모습을 차 안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습니다.
 
수험생의 가족들은 '사랑해', '화이팅' 등의 덕담을 건네며 수험생을 꼭 껴안거나 휴대폰·필기도구 등 준비물을 챙기는 걸 도와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있었는데, 반려견은 수험생이 입실에 나서자 잘 보고 오라는 듯 '왈왈' 짖기도 했습니다. 
 
차를 타고 돌아가는 부모님에게 크게 '화이팅'을 외치고 입실에 나선 한 수험생은 현장의 기자들에게 "반짝이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일부 수험생은 10대의 마지막 추억이라며 교문 앞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모르면 4번을 찍으라'는 말에 '아직 1년 더 남았다'는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과잠을 입고 나타난 한 대학생은 형제 관계로 보이는 수험생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너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 재수한 게 대단하다”며 “모르는 문제 신경쓰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수험생에게 격려를 전하고 있는 가족·친구들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자식이 입실한 지 한참 지났지만 교문 앞을 서성이는 학부모도 열 명 정도 있었습니다. 안지민씨의 아버지 안희국씨는 "벌써 아들이 이렇게 컸나 싶고 든든하고 대견스럽다. 최선을 다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반드시 있다고 말해줬다"고 했습니다.
 
떠나가는 아들을 보며 눈물을 보인 정지은(여)씨는 "작년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다. 아들이 사학과 가고 싶어 하더라.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는데 잘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이 했다.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입실 시간 직전 경찰차를 타고 등장한 수험생과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초등학생들. (사진=뉴스토마토)
 
입실 현장에는 옆 동네 초등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나타나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윤혁군, 서유건군은 "평소 응원하는 걸 좋아한다"며 "내년에도 와서 응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입실 시간이 임박하자 경찰 순찰차 혹은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한 수험생도 여럿 있었습니다.
 
수험생 응원에 나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토마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반포고등학교에 들러 수험생 응원에 나섰습니다. 정 교육감은 수험생과 악수하고, 등을 두드려주며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그는 "오늘은 춥지 않아서 학생들이 좋은 컨디션 하에서 시험 볼 환경이 마련된 것 같아 다행이다. 여러명 악수했는데 어떤 학생은 손에 땀이 흥건해 긴장한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평소 실력 발휘 잘하길 바란다. 수험생들에게 행운이 오길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1교시 시작 전, 긴장감이 감도는 교실. (사진=뉴스토마토)
 
수험생들이 입실해 있는 교실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의고사를 펼쳐보는 수험생, 수능 샤프를 신기한 듯 살펴보는 수험생, 긴장한 듯 손톱을 물어뜯는 수험생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은 전국 1282곳 시험장에서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늘어난 52만2670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치러집니다.
 
한편, 올해 수능엔 21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이 지원했습니다. 고3 재학생이 34만777명(65.2%), 졸업생이 16만1784명(31%)을 차지합니다. 전체 수험생 대비 졸업생 비율은 지난해보다 0.7%포인트 낮아졌지만, 졸업생 수는 2004학년도(18만4317명) 수능 이후 최대 규모인 겁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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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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