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번 대선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동시에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거리가 짧은 ATACMS 미사일만 공급하다가 올해 4월부터 사거리가 긴 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요청에도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은 계속 금지해왔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ATACMS 사용 허가 배경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ATACMS가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에 그들의 군대가 취약하며 더 많은 병력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사용을 승인한 장거리 미사일은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와 북한 파병군을 동시에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정책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제한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소유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군사 원조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을 앞두고 임기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