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035720)가 끝없는 위기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보석 결정으로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 당국의 전방위적 규제 압박이 이어지며 또다시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입니다
. 여기에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대화형
AI 플랫폼
‘카나나
’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인데요
. 주가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9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는 3만62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3일 장중 3만2850원까지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한 이후 다소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6만1900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약 41%에 달합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성장 둔화와 미래 사업 불투명 전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카카오는 올해 3분기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영업이익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등 모멘텀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시장 눈높이에 부합했으나, 전 분기보다 콘텐츠 부문 역성장 폭이 확대돼 매출 성장률 부진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라며 “결국 카카오가 주력으로 미는 톡비즈와 AI가 이를 만회해야 하지만 시장환경 등이 쉽지만은 않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가 지난 달 열린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4'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지난달 공개한 미래 핵심 사업인 ‘카나나’와 관련한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나나는 이미 시장에 나온 앱들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고, 향후 경쟁력과 활용도 면에서 의문이 존재하기에 추후 검증이 필요하다”라며 “별도 사업이 견고해서 다행이지만 신규 트래픽을 일으킬 수 있는 AI 앱 또는 신규 콘텐츠가 시급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한데요.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AI의 고도화된 기술로 시장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카카오의 기술력에 외부의 AI 기능을 탑재하는 정도로 머무르는 정도로 보여 과연 이것이 시장 선도 전략이 맞는지 투자자들이 의문을 갖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나지 않는 사법·규제 리스크
카카오의 미래 불투명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리스크’입니다. 그중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 등 김 창업자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해결이 요원한 상태인데요. 김 창업자는 구속된 후 100일 만에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지만,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고하면서 재구속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규제리스크’도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콜 몰아주기’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2000만원을 부과 받았는데요. 최근 ‘경쟁사 콜 차단’ 혐의에 대해서도 724억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현재 수사에 착수한 상태인데요. 이달 초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을 상대로 연이틀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 앱을 이용하지 않고 거둔 수입까지도 매출액에 포함해 수수료를 징수한 점을 문제 삼고 관련 제재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중과실’로 판단하고 중징계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지난 5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1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8월에는 카카오페이가 고객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에 개인정보 약 542억건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해당 건은 현재 개인정보위에서 조사 중인데요.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카오는 일부 혐의에 대해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요. 법원이 카카오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카카오 서비스의 신뢰성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달 열린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4'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쇄신 작업 이어가는 카카오…문제는 ‘거버넌스’
카카오는 현재 마주하고 있는 여러 리스크와는 별개로 문어발식 경영 비판을 받아온 성장 방식에 변화를 꾀하는 등 쇄신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계열사 줄이기를 통해 그룹 재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카카오는 지난해 말 175개였던 연결 종속회사 수를 9월 말(164개)까지 11개를 줄였습니다.
카카오가 최근 핵심 사업 중심의 ‘선택과 집중’ 기조를 천명한 만큼 향후 계열사 정리는 추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그룹 핵심 사업 중심의 성장기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라며 “비핵심 사업 정리가 기존 계획했던 방향성대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카카오는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쇄신 작업을 이어가며, 카나나와 카카오톡 등 주력 핵심 사업의 이용자 인게이지먼트(참여)를 확대해 광고와 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성장의 기반도 단단히 다진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마저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듯 보이는데요.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체류시간 확대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로 카카오톡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신규 서비스 출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 규제 및 사법리스크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짚었습니다.
결국 카카오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AI 비즈니스 중심의 ‘거버넌스’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방안을 강구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카카오는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5인 등 총 8인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데요. 투자, 금융·재무, 정책, 법률, 데이터·AI 전문가 등으로 선임됐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대표를 중심으로 AI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들 중 관련 전문가가 없다”라며 “AI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AI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전문가를 영입해 이사진을 재편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