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베트남 생존전략)②국내영업과 다른 형태

국내 은행 대다수 지점 형태
카드사, 신용판매 대신 캐피탈 사업
보험 침투율 낮아 손보사 고군분투

입력 : 2024-11-20 오전 6:00:00
 
(베트남 하노이=윤민영·이효진 기자) 하노이는 우리나라 금융사가 가장 많이 진출한 곳입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는 총 46개국에 468개에 달하는데요. 아세안지역에 170개(36%)가 진출해 있고 베트남에도 40개 금융사의 점포 53개가 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은행 법인은 신한·우리만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까지 다양한 국내 금융회사가 현지법인과 지점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의 경우는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모두 진출해 있습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냈고, 나머지는 모두 지점입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지점으로, 수출입은행은 사무소로 베트남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부산은행·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와 같은 지방은행도 사무소와 지점이 있습니다.
 
하노이에 있는 국내 금융사는 주로 롯데센터와 경남 랜드마크타워 72에 몰려있었습니다. 하노이에서 가장 높은 두 건물은 모두 한국 건설사가 시공한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바딘 지역에 있는 롯데센터와 한인타운인 미딩 지역 근처에 있는 경남 랜드마크타워 72의 거리는 약 4.5km입니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차로 15분 거리이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30분 이상 걸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금융사 취재를 위해 두 건물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한인식당·한인 학원·한인 약국 등을 지나다보면 이곳이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인이 많았습니다.
 
특별취재팀이 다닌 곳은 주로 한국 금융사가 몰려있던 탓인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지점과 ATM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업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면서 국내 은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시중은행도 하나둘 베트남에 진출한 것입니다.
  
베트남에는 국내 5대 은행이 모두 진출했지만 법인 형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두 곳이다. 사진은 하노이에 위치한 신한은행(좌), 우리은행 지점 외경. (사진=뉴스토마토)
  
현지 부실은행 인수 유도
 
베트남 현지 영업 업력이 30년에 달하는 금융사도 있지만 강력한 정부 통제력은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대형 외국계 은행이 자리 잡으면 현지 은행이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베트남 당국은 현지 은행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2012년 베트남에서 은행 부실사태가 터진 뒤부터인데요. 그때부터 5대 국영은행과 민영은행이 소수의 사람에 의해 운영되면서 은행 구조조정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실로 지정한 현지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계 은행이 지분투자를 100%까지 열어줬지만 아직 이러한 방식으로 진출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현지화 성공 모델인 신한은행은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과 기업금융을 고르게 취급하고 있는데요. 이는 현지은행의 리테일 사업부를 인수합병(M&A)하며 외형과 인력면에서도 현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외국계 은행이 베트남에서 빠르게 자리 잡으려면 인수합병 외에도 지분투자 방식이 있습니다. 영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기까지 많은 세월에 소요되기 때문에 택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베트남의 산업은행으로 불리는 BIDV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투자한 사례로 꼽힙니다. 참고로 단일 외국계 은행이 베트남 은행에 투자하려면 최대 15%까지 지분 확보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베트남 은행업 특성상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 업무는 우리나라에 비해 그리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은행 대출을 위해서는 담보가 필요한데, 개인이 담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여신 증가 비율을 매년 베트남 중앙은행에서 정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여신 업무를 취급하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매년 여신 증가 비율을 규제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여신 업무를 취급하긴 쉽지 않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중앙은행. (사진=뉴스토마토)
  
카드·보험사, 본업 성장은 아직
 
2금융권 중 보험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가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고, 서울보증보험은 지점이 있었습니다. 롯데카드(롯데파이낸스)와 비씨카드도 현지법인으로 하노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KB우리캐피탈 사무소와 롯데벤처스 현지법인은 물론 KB증권·NH투자증권·JB증권·한화투자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도 진출해 있었습니다.
 
롯데카드가 롯데파이낸스의 형태로 진출해 캐피탈 등의 여신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카드사는 주로 신용판매, 할부, 대출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캐피탈 업무를 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대중교통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수요가 많습니다. 실제로 롯데센터에서는 롯데렌탈의 현지인 직원들이 자동차 오토리스 등을 영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롯데카드는 롯데파이낸셜로 베트남에 진출해 캐피탈 영업을 주로 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에 위치한 롯데파이낸셜(좌)와 롯데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롯데렌탈의 오토리스 프로모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보험사의 경우는 모두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습니다. 베트남은 보험 침투율이 낮고, 외국계 보험사는 장기 상품을 팔 수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업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내 보험사들은 베트남에서 현지법인 설립보다는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자본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본 것입니다.
 
베트남은 병원보다는 약국 문화가 발달해 건강보험 수요가 높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가 사망할 경우에 담보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혹 사망보험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는 대부분 손해보험사입니다. 국내 보험사들은 베트남의 2030세대가 IT에 민감하고, 은행을 시작으로 모바일 금융업이 발달할 경우 그 수요가 잠재적으로 보험시장에 몰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바일 가입·클레입 접수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대비하고 있습니다.
 
18년째 하노이에 주재한 한국의 한 금융인은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장이라 인가 문제가 가장 어렵고 진출 기업들은 주재에 대한 유지비용이 예측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경험을 공유할만한 선진출 기업도 그만큼 많고, 한국의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3)편에서 계속>
  
베트남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에서 보이는 현지 금융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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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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