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3% 이상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의 긴장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세계 경제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성장·물가·금리 등 정책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하루 만에 3% 이상 '껑충'… 5주 만에 최대 폭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3.2% 급등한 배럴당 69.1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 역시 전일 대비 3.18% 오른 배럴당 73.3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는데요.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주간 가장 큰 폭의 유가 상승"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의 국제유가 변동은 주로 중동 정세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날 급등세는 유럽의 석유 생산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실제 노르웨이의 원유 생산 업체 에퀴노르는 서유럽 최대 규모인 요한 스베르드루프 유전의 원유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는데요. 유전 내부에 전력을 공급하는 육상 변전소에서 연기가 발생하면서 화재 위험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우려가 커진 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킴스'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이 러시아 석유 시설을 타격할 경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는 분석입니다.
토니 시카모어 IG마켓 분석가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쿠르스크 주변의 러시아군을 공격하도록 허용하면 북한군 참전에 대한 대응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입찰이 다시 석유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 경제, 환율·유가 등 불안…불확실성 확대
지정학적 긴장감이 국제유가에 반영되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급등했던 미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트럼프 랠리(강세장)'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국제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인데요. 한국 경제 역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불안이 이어지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 근처를 맴돌고 있는데요. 미 대선 이후 달러 매수세가 거세지면서 환율은 지난 12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03.5원을 기록, 2년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론 145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고환율과 함께 에너지 물가도 오름세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0∼14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5.8원 상승한 1629.1원을 기록했는데요. 주간 평균 가격이 5주 연속 상승세입니다. 당시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유류세 환원분이 시장에 반영된 영향이 컸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고환율이 고착화하면 유가와 원자재, 물류비 상승에 각종 수입물가가 치솟아 결국은 소비자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 기업들은 환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김정현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2기의 향후 10~20%의 보편적 관세가 적용된다면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이미 철폐된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주요 품목인 전기·전자, 기계류 등 수출 감소는 최대 21.6%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는 수출 감소로 인한 생산파급효과인데, 이는 최대 9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최종재나 준최종재 수출 감소로 인한 생산파급효과가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소기업은 해외시장 수출 감소와 국내 대기업의 주문 감소라는 '이중고'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부가 제공한 사진에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소방대원들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