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베트남 생존전략)⑨유명 체인점도 "카드 NO"…한국 페이사 고전 중

베트남 정부 '현금 없는 사회 전환' 추진 중
모모·VN 등 현지 앱 없으면 전자결제 어려워

입력 : 2024-11-23 오전 6:00:00
 
(하노이=이효진 기자) "카드 노(NO)."
 
<뉴스토마토> 취재팀이 14일 베트남 금융사를 촬영하던 중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부근 현지 유명 커피 체인점에 들렀습니다. 한국에도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이태원에 지점이 들어설 정도로 인기 있는 매장인데요. 매장 추천 메뉴인 코코넛커피를 시키고, 노트북도 이용한 뒤 계산하러 카운터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될 줄 알았던 카드결제가 불가하다고 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는 네이버페이로 큐알(QR) 결제를 시도했지만 '지원하지 않는 코드'라는 알림만 반복됐습니다. 결국 취재팀 일행은 부랴부랴 갖고 있는 현금을 모아야 했습니다. 
 
또다른 상점에서도 현지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인 '모모페이'나 '잘로페이'만 결제가 가능했고,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그 어떤 페이도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현지 앱을 사용하기에는 외국인 인증이 어려워, 이처럼 카드 결제가 안될 땐 현금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이 베트남 유명 커피 체인점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시도했다. 현지 핀테크사 페이 또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사진은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시도하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QR코드 중심 전자결제
 
베트남 정부는 현재 '현금없는 사회로의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현금 사용률 8% 미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월16일을 '현금 없는 날'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QR 결제는 현금과 카드결제의 중간단계인데요.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비현금결제 장려정책 등이 맞물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세계 최대 국제신용결제 기업인 비자(Visa)의 '2023년 베트남 소비자 결제 태도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의 QR 코드 결제 이용률과 온라인 지갑 결제 이용률은 매년 상승세입니다. 특히 상인들의 경우 식당 79%, 도소매업 74%, 편의점 74%, 택시·승차공유업 73%, 슈퍼마켓 72%가 이 결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QR결제 시장은 현지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한 카드사 주재원은 "우리나라 외에에도 대만 등 외국계 핀테크사가 베트남에 진출했다가 철수하고 나갔다"며 "모모페이, VN페이 등 현지 업체가 헤게모니를 꽉 쥐고 있기 때문에 외국계는 가맹점도 적을뿐더러 결제할 수 있더라도 인지도가 떨어져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지역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한인타운에는 대부분 카드 단말기가 있고 한국계 은행의 베트남 앱으로 QR결제를 할 수 있다"면서도 "이 밖을 벗어나면 현지 페이가 꼭 있거나 현금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의 올해 1월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비현금결제의 총거래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3% 증가했으며 특히, QR코드를 통한 결제건수의 경우 89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은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근처 관광객이 자주 찾는 약국에서 드물게 카드 단말기를 이용하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네이버·카카오 결제 아직 걸음마
 
국내 핀테크사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한 곳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입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베트남 서비스를 출시했고, 유니온페이 가맹점에서 QR로 현장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초라합니다. 전체 가맹점이 단 열두 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이 아닌 곳에서 결제를 시도하면 '지원하지 않는 코드', '결제 상태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안내만 뜹니다. 하노이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인 롯데몰은 한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곳임에도 네이버페이 가맹점 목록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현장결제가 아닌 현지 ATM 출금 서비스를 지원했습니다. 하나은행 계좌가 있거나 비대면 실명 인증을 거치면 베트남 현지 은행인 BIDV ATM에서 최대 1회 500만동(한화 약 27만원), 1일 7000만동(한화 약 385만원)까지 인출할 수 있습니다. 
 
BIDV는 현지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만큼 ATM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베트남 하노이 구도심인 호안끼엠 호수 주변 ATM을 이용했는데, 한국어 지원까지 돼 1분 내로 손쉽게 현금을 인출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 주재 중인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에 따르면 "교민들도 베트남에서 네이버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라며 "결제 면에서 베트남 페이사의 벽을 뚫기 어려워 차라리 현지 업체와 제휴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0)에서 계속>
 
카카오페이는 하나은행·베트남 BIDV은행과 제휴해 현금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BIDV은행(왼쪽)과 <뉴스토마토> 취재팀이 BIDV은행 ATM에서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오른쪽).(사진=뉴스토마토)
 
하노이=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효진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