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 정치 지형이 크게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한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 안보 비용 분담과 무역 흑자 감소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한, 우리의 장기적인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연간 500만톤을 수입하여 전체 LNG 수입량의 12%를 차지하는 미국산 LNG 도입량을 더 늘리고, 상류 개발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미국이 요구할 것이며, 대미 무역수지 흑자 역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2023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약 5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발 통상 압력의 근거가 될 것이다. 무역흑자 감소를 위해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도 방법이지만, 안그래도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는 통상 압력을 완화하고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20년 이상의 장기 거래인 국가간 LNG 수출입 계약은 단순한 에너지 거래를 넘어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거래 조건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미국산 LNG의 수입 확대는 무역수지 개선과 함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안정된 LNG 물량 확보는 중요하다. 비록 LNG가 화석연료이기는 하나 가장 깨끗한 화석연료이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는 가교 연료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미국 LNG는 수급의 유연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독보적인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목적지 제한이 없고, 계약 조건이 신축적이어서 중동과 호주산 LNG와 대비된다. 또한 타 국가의 LNG가 주로 국제 유가에 연동되는 것과 달리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가격 구조로 계약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제 유가 급변동시 LNG 도입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 시장의 또 다른 강점은 외국 기업의 자원 개발 참여가 자유롭다는 점이다. 러시아나 중동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외국 기업의 천연가스전 지분 확보나 운영권 획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투명한 법체계와 안정적인 시장 환경은 장기 투자의 신뢰성을 보장하며, 이는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된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LNG 사업 참여는 단순한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에너지 산업 고도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천연가스전 지분을 확보해서 상류 부문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액화 설비 운영 경험을 쌓으며, 글로벌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에너지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한미간 LNG 분야의 협력 강화는 한미 동맹의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 마찰을 완화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함으로써 국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는 무역 균형 개선,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한미 동맹 관계 강화라는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협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출범이 임박할 수록 미국의 압박은 강해질 것이다. 닥쳐서 허둥지둥 결정하지 말고, 미리 전략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방안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장기적 관점의 최적 방안을 수립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