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얼죽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어 죽어도 신축'의 줄임말인데요. 부동산 시장에서 무조건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며 정부에서 대출 지원에 나서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아파트는 여전히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내고 일부 집값은 상승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신축 아파트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아파트 자체의 높은 품질도 있지만, 로또에 버금가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언론까지 떠들썩하게 하는 무순위 로또 청약에 대한 투기 수요를 보면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15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속에 지난달 전국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한달 새 5%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3800만원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상반기 주택 부정 청약을 점검한 결과, 127건의 부정 청약을 적발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적발된 사례에는 위장전입, 자격 매매, 위장이혼 등 다양한 위반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공급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하는데요. 주택법은 공급질서 교란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주택법은 누구든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사업 주체는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의 공급계약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10년간 주택의 입주자자격이 제한되므로 위반행위를 적발한 날부터 10년간은 청약이 제한됩니다.
위 주택법 규정은 2021년 3월9일 개정되면서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사업 주체가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얻은 주택 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지위나 이미 체결된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하도록 했습니다. 이전에는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둬 취소에 재량권이 부여됐었지만 이제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인한 부정청약이 적발되면 무조건 공급계약을 취소하게 된 겁니다.
다만 공급질서 교란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모르고 주택을 매수한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도 신설됐습니다. 부정청약으로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는 제3자에게 주택이나 주택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판 경우라면 제3자가 부정청약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소명한 경우 공급계약을 취소하지는 못하도록 한 겁니다. 소명을 요구받은 제3자는 부정청약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에 국토교통부령에서 정하고 있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할 수 있습니다. 위 문서 등을 제출받은 시장·군수·구청장 제출 후 2개월 이내에 매수인이 부정청약과 관련이 있는지를 국토부 장관, 사업 주체, 매수인에게 각각 통보해야 합니다.
이번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위장전입을 통한 공급질서 교란 행위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해당 지역 거주자, 무주택세대구성원 청약 자격 요건을 충족하거나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허위의 주소지로 전입해 청약하는 겁니다. 실제 거주는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역의 주택, 상가, 공장, 비닐하우스 등으로 전입신고하는 방법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위장전입 등으로 청약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면 휴대폰 기지국 접속기록이나 카드사용 내역 등이 일반적으로 생활의 기반이 되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수사기관이 확보하는 증거가 많기 때문에 주택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면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혐의를 벗을 수 있을 만큼 소명이 가능할지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차례 주택법을 위반한 사실로 무거운 형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보통 전과가 없고 초범이라면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힘들게 돈을 마련해 당첨된 아파트의 계약이 취소되면 다시 청약할 수 있을 때까지 적발된 때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나야 하고,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금 상당의 돈을 돌려받지 못해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도금이나 잔금대출을 받은 상황이라면 원상회복에 관한 법률관계가 더 복잡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무리하게 청약에 욕심을 내다가 전과가 생기고 10년간 청약 제한 등의 불이익이 생기며 민사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따라서 자격조건을 잘 따져보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곳에 정당한 방식으로 청약해야 할 것입니다. 제도 측면의 보완도 필요한데요. 지나친 청약 과열을 부추기는 이른바 ‘줍줍’ 무순위 청약제도를 정상화하고, 청약제도 취지에 맞춰 무주택자가 실제로 우대받을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