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지방 향토 소주 시장이 해외 판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과거 지방 소주는 특유의 지역색을 바탕으로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으며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지만, 최근 수년간 내수 침체에 따른 소주 소비 감소와 대기업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왔는데요. 이 같은 위기로 실적 저하가 지속되고 지역 텃밭에서도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과감한 시도로 반등을 도모한다는 방침입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좋은데이'의 무학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64억55만원으로 전년 동기(357억5922만원)보다 1.7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억3124만원으로 1년 전 25억1632만원보다 7.36% 감소했습니다.
호남권 기반 보해양조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이 211억4237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62억2849억원) 대비 19.3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1억2510만원으로 1년 전 7억3423만원 대비 무려 82.96%나 급감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충청권 대표 주류 기업인 선양소주는 지난해 실적만 공시된 가운데, 작년 매출이 473억8053만원으로 1년 새 5.03% 줄고, 16억3063만원의 영업 손실을 입으며 적자 전환한 바 있는데요.
이렇게 지방 소주 업계의 실적이 저하하는 것은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저도수 주류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고, 대형 주류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지속되는 까닭입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지역 텃밭에서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적 요인도 이들 업체의 실적 저하에 한몫하고 있는데요. 이에 업계는 내수 수요에 기대기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 판로를 확대하고, 아예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재편한다는 방침입니다.
무학의 경우 소주인 좋은데이와 과일 리큐르 '좋은데이 컬러시리즈(과일소주)' 등을 중국, 일본, 필리핀, 미국 등 전 세계 30여개 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복숭아, 수박, 리치 등 향이 담긴 '좋은데이 와인'을 수출하기 시작하고, 고도수 소주인 '무학 24.9'의 홍콩 판매에도 돌입하는 등 수출 소주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모습인데요. 무학 관계자는 "국내 출시 제품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원하는 맛을 개발해 제품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양소주도 제로 슈거 소주인 '선양'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선양소주는 지난해 10월 호주를 시작으로 올해 5월 뉴질랜드, 6월 베트남으로 선양 수출 국가를 확대했고, 몽골 및 일본에도 새롭게 진출했습니다. 이 밖에 보해양주는 과일소주를 주력으로 베트남, 미국, 일본 등 24개국에 수출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인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지역 경제 활동 인구 감소와 함께 소주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에, 지방 소주 업계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내수 시장의 흐름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 소주 업계가 특유의 향토색을 정체성으로 내세워 해외 시장 수요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올바른 방향이라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국내 소주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