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를 시작해도 문제가 없다는 게 기재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당정 간 갈등뿐만 아니라 해외거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미비 우려, 다른 금융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 등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 단계다. 정부는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준비 절차를 거치는 등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 20%를 적용하는 등 분리 과세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주식과 마찬가지로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으로 분류하고 기본공제 비중도 주식과 동일하게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보고 다른 소득과 합산해 5000만원(현재 25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주식 등 금융소득도 현재 입법돼 있는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기본공제가 250만원이라며 과세형평성 문제를 일축하고 있다. 현행법은 2023년을 기점으로 해외주식과 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소득을 하나로 묶어 250만원을 공제한다. 국내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5000만원을 공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주식은 투자자의 자금을 산업으로 유도하는 순기능을 고려한 '특별 우대'로 가상자산에 동일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논리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본공제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은 주식과 동일하게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훈 서울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후 금융자산과 유사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자산 범위에 편입할 수 있으나, 이제야 자산성이 인정돼 과세가 되는 초기단계이고 전통적인 금융자산과의 타당성 부분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계좌와 연결된 부분에 대해서만 파악이 가능한 한계도 잔존한다. 자산의 취득·상속·증여 등 특별한 흐름이 있을 때만 자금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점도 제약적 요소다. 계좌가 아닌 현금 거래일 경우 정부가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러한 맹점은 해외거래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역외탈세 등에 대한 논란 우려가 크다.
박훈 교수는 "가산자산의 익명성으로 인해 재산취득, 상속, 증여의 경우 그때가서 자금출처를 하는 등 보완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으나 이는 현금거래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러 한계점들이 지적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예정된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과세 범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낮은 세율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유예여부는 오는 12월 2일 2022년도 예산안과 함께 확정될 예정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사진은 코인 등락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