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 제국을 일궈 왔지만 시대 흐름에 뒤처지면서 반도체 세계 1위를 내준 인텔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인텔은 2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CEO가 1일부로 회사에서 은퇴하고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와 미쉘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제품 부문 사장이 임시 공동 CEO로 임명됐습니다.
겔싱어의 사임은 인텔이 반도체법 등에 근거해 정부로부터 공장 건설에 필요한 78억6000만달러(약 11조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된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인텔은 1990년대 개인용 PC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한 최고의 IT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크게 뒤처졌습니다.
겔싱어 전 CEO가 취임한 2021년에 그는 ‘IDM(종합반도체기업) 2.0′을 선언과 동시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한국, 대만,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도 기회를 찾지 못하고 사업은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에 인텔은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정리 해고했습니다. 급기야는 지난 9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드는 퀄컴에 매각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돌았습니다.
겔싱어 전 CEO는 성명에서 “현재 시장 구도에 맞춰 인텔을 포지셔닝하기 위해 어렵지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고 밝혔습니다. 겔싱어 전 CEO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펫 겔싱어 전 인텔 CEO. (사진=인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