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약 바이오업계의 불확실성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치적 위기가 지속될수록 국가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투자 심리 위축 결과로 이어져 기업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이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9일 환율 개장가는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26원에서 시작해 장중 1430원대를 넘어섰습니다. 환율 개장가가 1420원을 넘기고 장중 1430원대를 기록한 건 2022년 이후 2년여 만입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며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상단은 1430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고조는 불가피할 것이며, 이로 인한 가계의 소비심리 약화, 기업 투자 유보 등은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어 "취약한 국내 경기 펀더멘털,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 갈등 심화 등을 감안할 때 미 달러의 추세적 약세 전환 전까지 환율은 1400원대에서 쉽사리 내려오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환율 급등은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 높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1%에 불과합니다.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불안은 곧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즉 환율이 상승하면 곧바로 원료의약품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죠.
환율 급등으로 일부 수출 품목은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국내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제약 바이오 기업의 매출 구조상 수혜보다는 피해가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올 3분기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매출 부진 우려에도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는데요. 10대 제약사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기업별 편차가 있었지만 매출액은 JW중외제약을 제외하고는 전년보다 늘었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죠.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공략 성과가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비상계엄 후폭풍과 탄핵 정국 변수로 국내 산업계 전체가 불확실성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적절하게 위기 관리하며 실적 선방한 제약 바이오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신약 연구개발(R&D)과 기술수출, 해외 기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예측불허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면 경영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 중소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투자받지 못해 신약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동안 쌓아온 바이오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외부 투자 유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데이터와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기반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