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부마항쟁'·'19개 언어'…대학가 시국선언문 각양각색

부산대 "제2의 부마항쟁 시작"
한국외대 '19개 언어로 시국선언 낭독'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잊지 못해"
자치언론 "성차별주의자 물러나라"

입력 : 2024-12-11 오후 2:27:43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를 벌인 이후 대학가에서는 시국선언이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에서는 '제2의 부마항쟁'을 시작하겠다 선언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19개 언어'로 시국선언을 하는 등 대학교의 특색을 살린 각양각색의 시국선언이 등장한 겁니다. 
 
단국대학교 학생들이 10일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단국대 1500인 대학생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대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교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시국선언 연서명을 진행, 1050명의 동참을 얻어냈습니다. 10일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 장전캠퍼스 넉넉한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학생 200여 명이 참여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땅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며 "박정희 독재정권을 심판했던 부산대학교 학우 일동은 윤석열 즉각 퇴진을 외치며 제2의 부마항쟁을 시작한다"고 외쳤습니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시와 마산시 등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에 대한 민중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으로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외대 학생들도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 대통령과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등은 10일 서울시 동대문구 한국외대 본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탄핵안 투표 불성립은 민주주의의 퇴보를 보여줬다"며 "대통령은 직에서 물러나고 여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책무 불이행을 사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스칸디나비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마인어 △베트남어 △이란 페르시아어 △튀르키예어 △인도어 △에스페란토어 등 19개 언어로 시국선언문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관계자는 "여러 나라 언어로 우리 민주주의의 공고함을 알리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기만 행위를 규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총학생회는 "어떤 이는 청년 세대가 무엇을 알겠냐고 하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품에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성장해왔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현대와 혁신을 만들어낸 주역들은 대학생들로 이날 우리는 19개 언어로 시국 선언을 낭독한다. 우리의 언어는 민주주의의 불꽃이 돼 세계 각국에서 영원히 불타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 정신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명백한 내란 행위"라며 "이후 진행한 대국민 담화에서도 임기 문제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고 향후 국정 운영을 당과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 발표한 것은 대통령의 책무와 헌법 수호 의지를 포기한 비겁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당론을 핑계로 표결을 회피한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자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배반 행위"라며 "당론은 민의를 기반으로 채택돼야 하며 결코 본인의 양심과 국민의 목소리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5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교정의 안내판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생과 졸업생 동문, 교직원들도 연대서명을 위해 270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6일 공개된 시국선언문에서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발생한 '입틀막'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우리는 참담했던 2월의 교정을 잊지 않고 있다"며 "수많은 이공학도의 꿈을 앗아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한 마디 항의했다는 이유로, 또 그저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다는 이유로, 2명의 청년이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혔다. 그리고 대통령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말 그대로 치워졌다"고 상황을 상기했습니다.
 
이어 "한 사람의 심기를 위해서라면 무도한 일도 서슴지 않았던 김용현 경호처장은 국방부 장관, 아니 반란 모의자로 돌아왔다"며 '입틀막' 사건의 주동자가 12·3 내란 사태의 주도자가 된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리고 이같은 군부 일당들과 작당한 반란 수괴 윤석열은, 테러범을 상대해야 할 군대를 동원해, 이제는 급기야 총칼로 국회와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석순(고려대)·정정헌(성균관대)·파란(숙명여대)·이화교지(이화여대)·녹지(중앙대) 등 자치언론들도 시국선언에 가세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일 공동성명을 내고 "성차별주의자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윤 정부는 성차별 문제 해결이라는 의무는 뒤로한 채,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기조로 성차별을 승인했으며, 사회에서 여성혐오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전국 40여개 대학 총학생회는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불법 계엄 규탄 및 퇴진 요구를 위한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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