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가결됐다. 비상계엄 발령 만 열흘 만에 합법적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한 마디로 국민의 승리다. 탄핵반대 당론으로 저항하던 국힘을 굴복시키고 내란혐의자를 탄핵법정에 세웠다. 일반 형사법정도 곧 시작될 게 확실시된다. 정치 참여 3년3개월, 대통령 직무개시 2년7개월만이다. 그는 분열과 상처, 국격추락만 남긴 채 국민에 의해 퇴출선고를 받았다.
헌재, 재판관성향 배척하고 사실관계만 입각해 판단을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이 관심이다. 법학자들 사이에 윤석열은 ‘내란 준현행범’으로 봐야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에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여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해석상 현행범으로 간주하는 ‘준현행범’에 속한다는 견해가 많다. 즉, 동조 제2항 제1호상에 “범인으로 불리며 추적되고 있을 때”에 해당돼 준현행범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근거한다면, 누가 헌재재판관으로 추천했느냐에 따라 재판관들의 견해가 갈리기에는 너무나 위중하고도 명백한 사안이다. 재판관들이 추천처나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배척하고, 오로지 사실관계에만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를 무겁게 인식하리라 기대한다. 이전에 노무현탄핵안은 63일, 박근혜탄핵안은 91일만에 결정이 나왔다.
후임 대통령보다 사회대개혁-진영대결 종식 방안이 더 중요
이제부터가 문제의 진짜 시작이다. 단순히 후임 대통령 뽑을 준비가 아니라, ‘사회대개혁’과 ‘진영대결 종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 민주당의 국회독재를 이유로 들었다. 그의 현실인식과 계엄이라는 극약 처방에 동의할 수 없지만, 진영대립과 정치실종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심각하게 느껴왔다. 진영대립 이유를 놓고는 정파 간 이견을 넘어 극한 대립 상태다. 12.3계엄내란 파동으로 민주주의와 공화정체제가 질식사 직전까지 갔었다. 정치적 이견을 계엄으로 해결하려 든 것은 공동체와 국민 전체에 대한 도발이자 반란이라는 것을 공히 인식하고, 제도적 방지 방안과 함께, 극단론자들이 발호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다음 대선 시기가 결정되겠지만, 그 때까지 이 두 가지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차기 대선은 다시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 치러질 수 밖에 없다.
매번 국민이 국란 극복할거면 국민대표는 뭐하러 있나
그래서 권력체계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 여건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탄핵을 성사시킨 국민적 에너지와 기존 정치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사회개혁과 진영대립해소방안 체크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걸로 대선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게 이번 내란파동을 극복하는 실효적 조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 점 하나는 명토박아 말해둬야겠다. 이승만독재와 4.19, 박정희독재-전두환내란과 5.18항쟁, IMF, 세월호 대참사, 박근혜 국정농단, 이태원 참사, 비상계엄 내란…. 이 숱한 국란을 국민들이 생업 젖혀두고 나서서 극복해내니까 공직자나 국민대표라고 뽑힌 자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기대거나 요구하는 경향까지 있어 보인다. 무능한데 뻔뻔하기까지 하다. 염치 느끼고, 뒷수습과 마무리 작업에는 확실하게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매번 국민이 나설 거면 뭐 하러 국민대표를 뽑겠는가.
부산 어느 시민의 발언, 모두 다 경청해야
“저는 저기 온천장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소위 말하는 술집 여자입니다”로 시작하는 어느 부산 시민의 11일 집회 발언을 경청하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략) 시민교육 부재와 그들이 소속될 적절한 공동체가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경화가 가속되는 시대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윤석열이, 또 다른 박근혜가, 또 다른 전두환과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입니다.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주십시오.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는데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끝이고, 해결이고, 완성이라고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오로지 여러분의 관심만이 약자들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귀담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정치와 정치인의 존재 이유다. 시민이 옳았다는 것만 똑똑히 알면 된다.
이강윤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