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고환율에 참사까지…여행업계 3중고

참사 후 취소율 급등…비행기 트라우마로 이어져
티메프 피해 이어 겨울 대목도 타격…연간 실적 악화

입력 : 2024-12-30 오후 2:46:2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올겨울 여행업계는 유난히 춥습니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사태에 고환율, 그리고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면서 악재가 켜켜이 쌓였는데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뒤숭숭한 사건·사고들까지 연달아 발생하면서 여행사들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습니다.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로 179명이 사망한 가운데 내년 1월4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이 지정됐습니다. 고통스런 참사의 여파는 여행업계 전반으로도 번지는 중입니다. 3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가 발생한 이후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한 여행사는 30일 오전에만 여행 예약 취소 건수가 2000건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가 생각보다 많다. 오늘 아침에만 500건의 취소가 발생했고 오전에만 2000건이 취소됐다. 평소 월요일에 하루 평균 2000건의 취소가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평소보다 예약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여행사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휴일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영업일인 30일이 되자마자 취소 문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취소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무안공항이 폐쇄되면서 관련 상품들은 모두 취소가 될 것이고, 다른 인근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오늘 출발, 도착분까지는 어제 변경이 완료됐고 내일 출발 분부터도 변경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부근에 국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예약상품 취소시 발생하는 항공 수수료 부담은 덜 수 있을 전망입니다. 제주항공은 이달 29일까지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국제선 전 노선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여행사들도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상품에 한해 취소 및 변경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여행 패키지에 포함돼 있는 호텔 등의 취소 수수료가 남아 있는 데다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의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가 해당되지 않는 점은 부담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약을 취소하는 분위기입니다.
 
여행업계는 이를 일종의 트라우마로 보고 있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비행기 탑승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급증한 것입니다.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 취소가 제주항공 탑승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노선에 고르게 들어오고 있다. 비행기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라며 "제주항공 'B737-800' 기종뿐 아니라 다른 기재도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이들이 많다. 빨리 트라우마가 사라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지난달부터 중국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여행사들은 여행 수요 회복을 기대했는데요. 다양한 중국 여행 상품을 내놓으며 프로모션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고로 프로모션은 모두 중단된 상황입니다. 기획을 통해 야심차게 선보인 여행상품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입니다. 앞서 올 여름 티몬·위메프 사태로 큰 손실을 겪은 여행사들은 대목인 겨울 장사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는 연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입니다.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이들에게도 연일 사건사고가 보도되며 어수선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시 해외에서는 여행사에 한국 정부의 공문을 요구하는 등 불안을 호소했는데요. 이번 참사까지 덮치면서 한국 여행 기피심리가 쉬이 가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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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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