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통신강국' 한국이 6G 시대에도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6G를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5G에 이어 6G까지 승리를 굳히려는 중국과 뒤집기를 노리는 미국 간 진검승부 속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쟁국 대비 낮은 투자금과 뒤처진 투자 시기도 도마위에 오르는데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연구개발(R&D)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6G는 5G 이후 등장할 다음 세대 통신 인프라입니다. 6G의 첫 사용 구축 시기로는 2030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6G는 국민 편의는 물론 사회와 산업 발전의 필수 기반 기술로 불립니다. 5G 대비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자율주행, 메타버스, 증강현실(AR) 등을 현실화시키는 필수 기술로 쓰일 전망입니다. 5G와 연계돼 IT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시에 글로벌 기술경쟁의 향방을 가르는 필수 전략기술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6G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6G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5G에서 중국에 우위를 내준 미국은 6G에서 이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수년 전부터 내비쳐왔습니다. 6G 통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21년에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인데요. 우방국과 협력해 개방형무선접속망(오픈랜)을 확산시킴으로써 중국의 입지를 흔들겠다는 구상입니다. 2021년 당시 6년간 6G 투자로 내건 금액만 30조원입니다.
중국은 전세계 5G 표준특허 점유율 26.8%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5G 장비 시장 점유율도 47.7%에 달합니다. 중국은 2027년까지 6G 관련 국책연구에만 5800억원을 투자하는데요. 6G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뿐 아니라 미국에 맞서 글로벌 위성통신 경쟁 주도권을 잡기 위해 궈왕 프로젝트도 가동했습니다. 508~600㎞ 고도에 위성통신 6080개, 1145㎞ 고도에 6912개를 각각 발사해 총 1만2992개 위성을 국가가 운영하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국 남부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한 무리의 위성이 운반 로켓인 창정-5B와 상단 로켓인 위안정-2에 탑재돼 발사됐습니다.
한국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4407억3000만원을 투입해 6G 상용화 기술과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2026년 사전(프리)6G 기술 시연, 6G 국제표준특허 점유율 30% 확보 등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사업에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199억9000만원이 투입됩니다. 경쟁국과 비교하면 투자 시기는 늦고, 투자 규모는 적은 수준입니다. 미국은 30조원 외에 2017년 6G 선제적 투자를 진행했고, 중국은 2019년, 일본은 2020년부터 6G 관련 투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을 포함해 핀란드, 독일 등의 계획을 더하면 총 투자액이 2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국내 이동통신 기술 대표 협의체인 6G 포럼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늦은 투자와 적은 투자 규모에 더해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입니다. 여재현 한국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2.0 시대와 이동통신네트워크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중심성 확보를 위해 경쟁력 기업의 내재화를 강화하거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연결성 강화 대상안에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 양분화된 생태계에서 주도적이지 못하고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와 업계가 서둘러 경쟁력 있는 6G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현 정권의 공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산업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6G 관련 고급 인력을 양성 프로그램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