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경영승계 시동…세대교체 신호탄

오너 2,3세 경영시대…최대 과제는 지배구조 장악
우회 승계 주목, 개인회사 통한 지주사 지분율 확보

입력 : 2025-01-08 오후 5:07:59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경영승계 밑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과 바이오노트, 휴온스 등이 오너 2, 3세 경영승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장한 종근당그룹 회장의 장남 이주원 이사는 이사보로 승진한 지 4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습니다. 여기에 이주원 이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벨에스엠은 최근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을 잇달아 매입했는데요. 이는 이주원 이사의 지배구조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사업 시설관리와 임대 서비스업이 주요 사업인 벨에스엠은 이주원 이사가 최대 주주로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이장한 회장이 30%, 장녀 이주경, 차녀 이주아 씨가 각각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종근당 오너 일가의 가족 회사입니다. 벨에스엠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2023년 매출액 437억663만원 중 84%가 내부거래에서 나왔습니다. 벨에스엠이 종근당홀딩스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액은 총 368억2007만원이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종근당 본사 전경(사진=종근당)
 
공시에 따르면 벨이스엠은 지난달 9일과 12일 장내 매수로 종근당홀딩스 주식 190주를 신규 취득하며 처음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종근당홀딩스의 주주가 추가된 것은 7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후에도 벨에스엠은 7차례에 걸쳐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장내 매수로 총 3745주를 취득했습니다. 6일 기준 벨에스엠이 가지고 있는 종근당홀딩스 지분은 0.07%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오너 일가 개인 회사가 지주사 주식을 꾸준히 취득해 지분율을 높이는 것은 우회적으로 이주원 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비상장사의 지주사 보유 지분을 늘려 결과적으로 오너 2, 3세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전형적인 승계 유형 중 하나인데요. 이주원 이사는 이장한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종근당에 재직하고 있어 사실상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주원 이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근당홀딩스 지분은 2.89%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장기간 우회적인 지분매수를 통해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행보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벨에스엠의 지주사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이주원 이사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벨에스엠의 지분율 추이도 주시할 대목입니다. 
 
바이오노트 R&D 공장 전경(사진=바이오노트 홈페이지)
 
경영승계 완성은 '지분율' 확보
 
조영식 바이오노트 의장도 후계자인 장녀 조혜임 전무이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요. 공시에 따르면 조영식 의장은 조혜임 전무에게 1000만주를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증여 규모는 481억원이며 거래종료일은 다음 달 5일입니다. 거래목적은 보유자의 보유주식 일부 증여라고 공시했는데, 2023년 12월에도 조영식 의장은 같은 목적으로 조혜임 전무에게 500만주 주식을 증여한 바 있습니다. 조영식 의장은 1년여 만에 두 번째 증여를 단행하며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 달 증여가 완료되면 조혜임 전무의 지분율은 기존 6.59%에서 16.39%로 9.8% 포인트 상승합니다. 이에 따라 조혜임 전무는 3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 조영식 의장에 이어 바이오노트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됩니다.
 
휴온스그룹은 송수영·윤상배 각자대표 체제에 송수영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 상무는 그룹의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휴온스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장 일환으로 추진한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팬젠 인수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휴온스는 팬젠의 주식을 총 398만3167주를 보유하며 지분율 31.53%로 최대 주주로 등극했는데요. 인수 이후 열린 팬젠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인상 상무는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합류했습니다.
 
윤인상 상무는 2023년 3월 휴온스그룹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사내이사로 선임돼 후계자로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핵심 계열사인 휴온스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고 같은 해 7월에는 상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인 송수영 대표가 윤인상 상무의 경영승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영 승계의 막바지 작업인 지분율 확대는 최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휴온스그룹 지배구조는 윤성태 회장이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지분 43.84%를 보유하고 있고 휴온스글로벌은 주요 계열사의 최대 주주에 올라 그룹을 장악하고 있죠. 지난해 9월 말 기준 윤인상 상무가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지분은 4.16%에 불과합니다.
 
휴온스글로벌 본사 전경(사진=휴온스그룹)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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