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노조 "보복인사 해명을" 사측 "'7대죄' 인력 때문"

'데미스 리본' AD 보복 인사 의혹 제기
노조 "선정적·잔혹한 디자인 지시에 부정적인 직원 대상"
개발자 4분의1 줄어 '크런치 모드' 우려
사측 "개발 방향 재정비…'7대죄' 인력 문제 해결"

입력 : 2025-01-09 오후 4:38:5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넷마블(251270)이 연초부터 '보복 인사'와 '퇴사 압박'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계열사 개발자들에 대한 전환 배치와 대기발령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면서입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와 넷마블 지회, 엔씨소프트 지회 등은 9일 서울 구로 넷마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강제 전환 배치와 대기발령을 통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와 넷마블 지회, 엔씨소프트 지회 등이 9일 서울 구로 넷마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강제 전환 배치와 대기발령을 통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넷마블 노동조합)
 
개발팀 4분의 1 줄어
 
이정헌 넷마블 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12월30일 넷마블에프앤씨에서는 서브컬처풍 수집형 RPG '데미스 리본(프로젝트 S)' 소속 개발자들에게 면담을 통해 전환 배치 및 대기발령을 통보했다"며 "직원들은 면담을 통해 타 팀으로 전환 배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상당수가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행 통보 2일 만에 졸속으로 인사 발령을 강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넷마블 지회에 따르면, 직원 17명에 대한 전환 배치 공고가 났고, 대기발령인 직원은 5명입니다. 개발팀 81명 가운데 4분의1이 줄어든 겁니다.
 
노조가 이번 인사를 문제 삼는 이유는 전환 배치와 대기발령이 업무 평가와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넷마블 노조는 "이번 전환 배치가 직원들의 인사 및 업무평가와는 무관하게 데미스 리본의 현재 아트 디렉터(AD·예술 감독)의 입김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습니다.
 
노조는 졸속 인사 의혹 배경으로 △전환 배치 대상자 상당수가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점 △PD가 'AD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사 발령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점 △AD의 선정적이고 잔혹한 디자인 지시와 작업 방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인력들이 전환 배치 대상자에 주로 선정된 것 같다는 주장이 직원·조합원 간담회에서 나온 점 등을 들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데미스 리본은 2023년 11월 '지스타 2023'에서 애니메이션풍의 화려한 연출로 호평받았습니다. 지난해 7월 사내 테스트 설문 결과 5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고품질 시네마틱 컷신과 개성 있는 캐릭터 등이 호평받았습니다.
 
하지만 그해 8월 새로 발령된 AD가 개발 방향 변경을 공지했다는데요. 노조는 AD가 서브컬처에 어울리지 않게 수위 높고 잔혹한 아트로 바꾸라는 지시 등을 일방적으로 해, 직원들이 반발했다는 주장도 이어갔습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이번 전환 배치 발령이, 작업에 대한 AD와의 의견 차이에 따른 보복성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넷마블에프앤씨 사측은 이런 직원들의 의혹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인사 발령된 직원들은 업무 인수인계와 새 직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트팀 발령자는 개발 도구가 유니티에서 언리얼로 달라져서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다는데요. 노조는 이 때문에 업무 효율성 저하와 평가 불이익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대기 발령자의 경우 소속 팀은 그대로지만 아트·기획·서버 등 다양한 직군·직무자가 업무 없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대기 발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알아서 퇴사하도록 회사가 심리적 압박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해미 넷마블 노조 지회장이 9일 서울 구로 넷마블 본사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넷마블 노동조합)
 
"노동자 갈아 넣기 다시 진행될수도"
 
개발팀 인원 감축에 따른 노동 강도 역시 걱정입니다. 노조는 "인력 충원에 대한 구체적 계획 등은 들은 바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남아있는 직원들이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크런치 모드(밤샘 연장 근무)'로 돌입해, 다른 팀에 배치된 직원들 몫까지 작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구로의 등대, 직원의 과로사가 있었던 넷마블의 잔혹한 노동자 갈아 넣기가 다시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그러면서 넷마블에프앤씨에 대해 △전환 배치 대상자 선정 기준과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를 투명하게 밝히고 △전환 배치 대상자의 교육·적응 기간을 주고, 적응 기간 성과 저하에 대해 불이익이 없도록 평가 기준을 명확히 세워 시행하고 △전환 배치 같은 인사 발령 전 충분한 사전 협의·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해 구성원 희망 직무로 바꾸게 하고, 대기발령 시 재배치 과정을 충분히 협의해 2개월 안에 재배치 될 수 있게 노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넷마블 노조는 "조합 차원에서 직원 의견 수렴과 추가 면담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면담 과정에서 발령의 공정성 문제, 직무 변경 관련 어려움 등에 대한 직원들의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를 기반으로 법적 대응까지 감안해 이후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넷마블 측은 인사이동이 신작 재정비 차원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넷마블에프앤씨 관계자는 "이번 데미스리본 조직 개편은 게임 개발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며 "동시에 '일곱 개의 대죄' 관련 프로젝트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적합한 인력을 우선으로 배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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