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남초 등하굣길 '불안'…교육청·경찰 나섰다

탄핵 찬·반 집회 장기화에…교문 앞엔 노숙 행렬 등장
학부모들 민원에 교육청·경찰 뒤늦은 안전 대책 마련

입력 : 2025-01-14 오전 10:16:37
[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내란 수괴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 찬·반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남대로 한가운데 위치한 한남초등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안전이 위협받는 등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민원을 냈고,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과 경찰은 뒤늦게 안전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한남초는 방학 중이지만 돌봄교실이나 늘봄학교, 겨울캠프, 유치원 등을 이용하는 학생 70여명이 등·하교 중입니다. 그런데 새해부터 교문 앞에 탄핵 찬·반 집회로 인한 인파가 몰렸습니다. 욕설과 고성 등 각종 소음도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학교 앞에는 '부정선거 부패 방지단' 등 보수 단체의 피켓과 보급품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담벼락을 끼고 텐트와 은박 담요를 설치해 노숙을 하는 행렬도 등장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에 학부모와 아이가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교문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수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교육청과 경찰은 지난 9일부터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과 교통경찰을 배치해 학생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뉴스토마토>를 만난 학부모 한진혁(41)씨는 "사고 위험 때문에 아이를 직접 데려다줬다"고 했습니다.
 
그는 "주변 분위기가 교육적으로 매우 안 좋다. 욕설과 고성이 심하고 싸움도 일어난다. 보수 단체들이 학교 앞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건 정말 문제다. 학교 앞에 집회 허가를 내면 안 됐다. 순식간에 유해 공간으로 변질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이는 아직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크다. 불안해서 학교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는 게 일이다. 이 고통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도 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담벼락에서 노숙 중인 보수 단체 회원들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다른 학부모 주은영(48)씨는 "학교 인근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아이가 겁낸다. 집회 트럭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서 부르고, '탄핵이 뭐냐'고 묻기도 한다.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시국이 이러니 당연히 걱정이 된다. 맞벌이를 하는 사람들 외엔 학교에 아이들을 안 보내는 분위기"라고 했습니다.
 
박모(42)씨는 "학부모들이 민원을 많이 넣어서 통학로가 확보됐지만, 원래는 경찰도 없었다. 시위대를 뚫고 등교해야 했다. 당국의 조치가 늦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에 등하교통학안전지원단으로 배치된 교육청 관계자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장에 배치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 1건, 학교에 다수의 민원이 간걸로 안다. 그래서 지난 9일부터 조치가 시작됐다. 직원들이 팀을 짜서 4명씩 배치된다. 오전 10시까진 같이 있다가 피크시간이 지나면 2명씩 상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경찰이 통제 라인 설치를 도와줘서 '어린이 등하교 차량 정차장'도 마련했다. 걸어서 오는 아이들은 같이 손잡고 육교 너머까지 이동해 준다"라고도 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에 경찰 통제선을 따라 ‘어린이 등하교 차량 정차장’이 마련돼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장에서 만난 교통경찰은 "학교 앞 통학로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항시 조치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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