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방연구소)"한국군 통수체계, 친위쿠데타 막기 어려운 구조"

뉴스토마토·박선원 의원 주최 토론회…여석주·최병욱·김병조 발제
군 지휘체계·인사시스템·정신전력교육 등 대대적 개편 대안 제시
국방 대안 공론화 위한 '국민의 군대 제도화 추진위원회' 제안도

입력 : 2025-01-15 오후 5:20:4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우리 군이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다시 각인됐습니다. 또 군이 정권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동원될 수 있다는 취약성이 확인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 신뢰까지 잃게 됐습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15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국방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 토론회를 열어 국방 영역의 취약성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박 의원은 "계엄사태에 대해 추적해왔지만 충암파와 용현파라는 파벌의 보안을 뚫지 못했다. 이는 군내에 상호 견제 체제가 갖춰지지 못한 탓"이라며 "오늘을 계기로 국방의 기틀을 다시 잡아야 한다. 더욱 강한 군의 전문성과 민주성이 동시에 살아나는 국방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종찬 광복회장 △부승찬 민주당 의원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태성 예비역 육군 소장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전 국정원장은)은 이날 축사에서 "저도 육사 나왔지만 이번 육사 출신 장군들이 비상계엄 하면 대통령 스스로 망한다고 말 한마디 못 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군 통수체계의 취약점을 짚었으며, 최병욱 상명대 교수는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 확립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민군관계 최고 전문가인 김병조 국방대 교수는 민주적 민군관계 확립을 위한 개혁의 추진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습니다.  
 
15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국방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내빈들. (사진=뉴스토마토)
 
"국직 부대 증가 우려…지휘체계 개편 필요"
 
한국의 군 통수체계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국군통수권자로 하고 군령과 군정체제로 분리해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군통수권은 국방부장관을 경유해 군령과 군정으로 구분 시행됩니다. 이는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통수권체계의 정점에 두고 국방부장관의 신분을 민간인으로 제한해 '선출된 권력에 의한 문민통제'를 구비하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현재의 군통수체계는 군사 쿠데타를 방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이외에는 누구도 군령과 군정이라는 양대 계선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은 달랐습니다. 여 전 정책실장은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스스로 도모하는 친위쿠데타를 방지할 명시적인 수단이 국방부나 군 내부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현행 군령·군정 체계를 벗어나 있는 군내 조직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소위 국직 부대들이 각각의 사유로 증가했다"며 "윤석열정부에서는 역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내재한 부대들이 더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짚었습니다.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가 대표적입니다. 관련해 여 전 정책실장은 "해당 부대들의 공통점은 법령으로 제정된 각 부대의 임무와 역할보다는 소위 '통수권 수호'를 자신의 정체성인 양 오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여 정책실장은 "국군통수권 체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이러한 부대에 대한 지휘체계, 편성, 운용 등 다각적인 개편 및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 군대' 명확히 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 교수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에 따른 '국민의 군대'가 현실에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진단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독일과 미국, 이스라엘의 군사 제도를 들어 군의 핵심가치와 운영의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했는데요. 최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군인기본법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충성'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은 군의 정체성을 '사회의 일부'로서의 군대로 설정하며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군대로 규정합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9년 7대 핵심가치를 새롭게 정립했는데, 제1의 핵심가치는 '충성'입니다. 다만 충성의 대상을 헌법과 군, 부대와 전우로 규정하면서도 "헌법을 위반하는 자에게 충성하면서 헌법에 충성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우리 군의 경우 '국민의 군대'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군 운영의 원칙과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 필요한 교육과 실천영역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우리 군이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해 사관학교교육 및 장교양성 시스템을 혁신하고 군 정신전력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인사시스템의 혁신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군 인사시스템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독점하는 군 인사권 문제가 이번 계엄사태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군 인사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 장치를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15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국방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 왼쪽부터 김병조 국방대 교수, 최병욱 상명대 교수,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박창식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 소장, 김덕기 청주대 교수,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사진=뉴스토마토)
 
"2세대 민군관계 시급…정치·군·시민사회 역할 분담해야" 
 
민군관계(민주주의 사회의 민군관계)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확립된 1세대 민군관계를 2세대 민군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가 설명한 1세대 민군관계는 군사정권 이후 '민간인 정부에 의한 군 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문민 개념'의 형식적 발현입니다. 1세대 민군 관계는 군 스스로 정치 중립을 강조하고 이념 면에서 민주적 민군관계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1세대 민군관계에는 내적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12·3 계엄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을 임명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군 출신을 임명하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으며, 국방부 차관을 민간인 출신으로 임명하지만 사실상 4성 장군보다 낮은 직위로 평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군이 선출된 정부 우위론을 강조하다보니 군대의 정치 개입은 최소화했음에도 군대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할 수 없게 된 셈입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한계 극복을 위해 정치와 군대, 시민사회라는 각각의 주체가 역할 분담을 통해 2세대 민군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치의 역할에 대해 "2세대 민군관계 발전에 필요한 법은 다수결보다는 여야가 함께 참여해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국방정책 발전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민사회에는 당파성과 이념성을 뺀 중간집단의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군에는 사회적 책임성을 반영한 '자기 통제'를 주문했습니다. 김 교수는 "군대는 국가안보 유지에 필요한 집단이지, 정권의 안위에 동원되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교육해야 한다"며 "군대 구성원 모두가 민주주의를 내면화하고 시민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군대 본연의 자세임을 지속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창식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은 "계엄 내란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방 영역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교육과 인사, 부대 구조, 군대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가칭 '국민의 군대 제도화 추진위원회' 같은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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