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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0일 18: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을 목표로 활발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어가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은 임상 3상 단계부터 투입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무형자산으로 인식된 신약이 개발에 실패할 경우 해당 비용은 전액 손상처리되어 재무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활발한 신약 개발 활동에도 불구하고 무형자산화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이 있다. <IB토마토>는 이러한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상황과 무형자산화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대원제약(003220)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개발비 비중이 8%대에 그친 가운데 'DW-1026(당뇨복합제·엠파글리플로전 및 시타글립틴 복합제)'을 중심으로 임상 진입에 대한 가능성을 보인 배경이다. 다만, 대원제약은 최근 외형성장에도 실적이 정체된 상황이다. 이에 재무안정성 유지를 위해 임상 진행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대원제약)
자산화비율 8%대…이유는 '임상 단계'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원제약은 전체 연구개발비 329억원 중 약 2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구개발비용 중 약 8.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업계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대원제약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일양약품(007570)은 지난해 3분기까지 39억원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했다. 이는 전체 연구개발비(272억원)의 약 14.42%에 달하는 규모다. 비슷한 조건인
JW중외제약(001060)도 전체 연구개발비(590억원)의 21.83%(129억원)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낮은 무형자산화 비율을 보인 이유는 임상 3상에 들어간 파이프라인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발매 완료, 연구 종료 등을 제외한 대원제약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약 12개다. 구체적으로 신약 5개, 개량·복합 신약 7개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개량·복합 신약 5개다. 임상 2상에 있는 신약을 포함한 파이프라인은 5개이며, 임상 1상 1개, 전임상 1개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가운데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개량신약 복합제제 4건을 자산화한 연구개발비는 58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DW-1807(호흡기계) △DW-1026(내분비계) △DW-1222(내분비계) △DW-5121(호흡기계)다. 이외에도 급성기관지염 치료제에 대해 약 7억4967만원을 자산화했다.
기대를 걸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합성 신약 'DW-4301'이다. 이는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종료한 상태다. 향후 대원제약은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인데, 현재 임상 2상 종료 후 식약처 결과 보고가 끝났으나 향후 개발 전략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를 하는 단계에 있어 임상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DW-1026에 대한 임상 진입도 예고했다. DW-1026은 당뇨복합제와 엠파글리플로전 및 시타글립틴 복합제다. 현재 임상 3상 종료된 상태로, 가장 빠르게 무형자산화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으로 꼽았다.
실적 정체에 R&D 투자 계속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신약개발 회사들은 무형자산화를 꺼린다는 시선도 나온다.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실패한다면 전액 '무형자산손상차손'으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당기순손실이 커질 수도 있으며,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금액이 소멸되면서 재무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대원제약이 보유한 무형자산은 467억원 수준이다.
앞서 대원제약은 국산 12호 신약 펠루비정(골관절염 치료제)을 탄생시킨 바 있다. 당시 투입된 연구개발비용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국산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액 손상처리하지 않고, 약 5년을 거쳐 상각했다.
관건은 신약 개발 성공 여부다. 대원제약은 현재 안정적인 유동비율(135.84%)와 부채비율(106.65%)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최근 실적 정체가 일어나고 있어 임상 단계 진출을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원제약의 영업이익은 250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258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861억원에서 4531억원으로 성장했지만, 비용 방어에 실패한 영향이 컸다.
가장 주된 원인은 R&D 투자 비율이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대비 경상연구개발비율은 3.34%(129억원)인데, 지난해 3분기에는 3.72%(168억원)까지 늘었다. 여기에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판매비와관리비 비율도 38.33%(1480억원)에서 39.22%(1777억원)으로 확대됐다.
현재 무형자산상각비는 규모가 크지 않아 대원제약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무형자산상각비는 미래 경제적 효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돼 장부가액을 감소시키며,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 계정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원제약의 무형자산상각비는 16억원 수준이다. 직전연도 동기(8억313만원)보단 늘었지만, 전체 판매비와관리비(1777억원) 중 0.87% 비중에 그쳤다.
다행히 투자 여력은 넉넉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원제약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18억원이다. 영업활동으로 11억원의 현금이 흘러나가긴 했으나, 이는 단기금융상품 취득으로 524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DW-4301은 임상 2상 종료 후 식약처에 결과 보고를 끝내고 향후 개발 전략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 단계에 있다"라며 "(무형자산화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파이프라인은) DW-1026으로 예상되며, 향후 R&D 전략은 현재로서는 외부 노출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