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와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양사 MMORPG의 저작권 인정 여부를 놓고 다시 격돌했습니다. 전날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낸 '아키에이지 워' 표절 소송에서 패소한 지 하루만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재판장 이현석)는 24일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이날 엔씨소프트는 피고 측이 자사 게임 '리니지W'의 주요 요소를 베껴 '롬'을 출시해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엔씨 측 변호사는 "글로벌 원 빌드 '리니지W'라는 게임을 피고가 저작권 침해한 사건"이라며 "시각적인 요소, 게임에서 구현하는 UI(사용자 환경)를 비롯해 여러 가지 화면, 플레이 도중 표현 형식을 굉장히 많이 베꼈다"고 주장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 측은 작은 화면에 효율적인 UI를 넣어야 하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유사성은 필연이라고 맞섰습니다. 리니지W의 각종 규칙은 선행 게임에 쌓여온 요소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피고 측 변호사는 "MMORPG 역사를 보면, 다른 사람이 개발한 규칙 또는 이전의 규칙을 차용해 누적 발전했다"며 "원고 게임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걸 가지고 함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등은 두 게임의 세계관과 클래스(캐릭터 직업), 몬스터와 아이템 등이 모두 다르고 유사한 점은 일부에 국한된다는 취지로도 변론했습니다.
피고 측 변호사는 "원고와 피고 게임의 비슷한 부분만 저작권 침해로 청구했는데, 이걸 성과로 주장하려면 그게 왜 성과인지 주장해야 한다"며 "극히 일부분, 불완전한 부분이 성과라면 그게 무슨 흡인력이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엔씨 측은 피고가 다양한 선택지를 놔두고 굳이 UI를 똑같이 만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엔씨 측 변호사는 "피고는 애초에 모바일 게임의 바탕이 되는 PC 게임 없이 갑자기 불현듯 리니지W가 서비스되자마자 그대로 따라 해 일부 구성 요소를 추가한 거로 보이는데, 이런 제작 서비스가 허용되면 어떤 게임사가 K 콘텐츠를 위해 노력하겠느냐"며 "창작적인 표현 요소 중 하나인데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데 의문을 품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엔씨가 소송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서 리니지W의 어떤 점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 카카오게임즈 등이 롬을 통해 리니지W의 어떤 성과를 도용해 부정경쟁행위를 했는지 특정하라고 했습니다.
엔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판례는 몰타공화국 게임사 킹닷컴이 국내 게임 유통업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사건 선고입니다. 대법원은 킹닷컴이 만든 '포레스트매니아'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팜히어로사가'가 그대로 베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019년 6월 "피고 게임물(포레스트매니아)은 원고 게임물(팜히어로사가)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 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양 게임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며 원고 패소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서울고법 민사5부는 2020년 4월 양측의 화해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3월까지 양측 의견서를 받고 4월18일 오전 10시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습니다.
앞서 엔씨는 지난해 2월 MMORPG '롬(ROM)'이 자사 '리니지W'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