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설 연휴 국내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동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 쇼크로 관련 주식들이 크게 동요했는데요. 연휴가 끝난 후 첫날 국내 반도체 관련주 역시 급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대비 0.77% 하락 2517.37선에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2.47포인트(0.10%) 내린 2534.33에 출발한 가운데 장중 낙폭을 키웠습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6%(0.44포인트) 내린 728.30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개장 직후 723.30까지 하락했다 마감을 앞두고 낙폭 대부분을 만회했습니다.
앞서 지난 27일 뉴욕증시에선 딥시크 쇼크로 미국 기술주들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나스닥은 -3.07%,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15%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 폭락했습니다. TSMC도 같은 기간 13.33% 하락했습니다.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약세입니다.
반면 AI 인프라 연관성이 낮거나, AI 훈련 비용이 낮아져 AI 확산의 수혜를 얻을 수 있는 기업들(AI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온디바이스)의 주가는 오히려 오르기도 했는데, 이런 모습이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여러 고객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며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 동향을 주시하며 급변하는 AI 시장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딥시크 쇼크에 대해 섣부른 진단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생각을 부정적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금은 가능성을 양쪽 모두 열어두고 반도체에 대해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가 공개된 27일 직후 '비용이 90% 낮은데 성능은 더 뛰어난 LLM'이라는 헤드라인이 시장을 맴돌면서, 투자자들은 그동안의 AI 설비투자(Capex)를 전면 부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설령 빅테크가 틀리고 딥시크가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AI의 종말로는 절대 볼 수 없으며, 낮아진 개발비용이 다른 AI 스타트업들을 AI 개발로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계기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지난 30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AI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김 연구원은 "지난 27일 AI 설비투자를 전면 부정했던 시장의 움직임은 다소 과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는 최근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가 크게 동요했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딥시크 R1은 상대적으로 저비용 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비용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증폭됐습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