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006800)은 최근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Limited)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에 진출했으며 5년 만에 국내 최초 현지 증권사를 인수했다. 2003년 홍콩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8년 미국 혁신 테마형 ETF 선두기업 글로벌 X(Global X), 2022년 호주 운용사 글로벌 X 호주(Global X Australia·구 ETF Securities), 영국 GHCO를 인수하며 급격한 성장을 일궜다. 그 결과 그룹의 모태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글로벌 규모로 키워냈다.
매번 시의적절하고 전략적인 결정으로 사세를 불려온 미래에셋은 밸류업 공시도 재빨랐다. 지난해 8월 미래에셋은 2024년부터 10%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고 2030년까지 자기주식 1억주 넘게 소각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 위탁매매 사업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기보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활성화를 꾸준히 주문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도 힘써줄 것을 요청하는 금융당국의 기조를 충실히 반영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자본과 인력 여건이 충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영증권(001720)은 내수에 집중한다. 50년 넘는 업력을 가진 전통의 증권사답게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확장하지 않는다. 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내달리던 대다수의 증권사와 달리 제자리를 지키며 50년 흑자경영을 했다. 특히 자산관리와 신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신영증권의 자기자본은 1.6조원에 달하는데,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6%대에 달해 배당주로 통한다. 신영증권은 '믿음이 번영의 근간이 된다'는 의미의 '신즉근영'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주주는 배제된 모습이다.
눈에 띄는 것은 신영증권이 보통의 기업과 다르게 자사주(보통주·우선주)를 꾸준히 매입해, 전체 주식 가운데 절반 이상(53%) 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장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회사와 원종석 회장은 20여 년에 걸쳐 꾸준하게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최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당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시장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은 신영증권의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과 비정상적인 보유를 감시하며 주목하고 있다.
'군계일학'은 '닭 떼 속에 섞여 있는 두루미 한 마리'를 비유하는 말이다. '학 떼 속에 섞여 있는 닭 한 마리' 라는 의미의 '군학일계'도 있다. 군계일학을 뒤집은 표현으로 쓰인다. 슬프게도, 뛰어나거나 중간에 미치지 못하는, 혹은 다른 움직임은 항상 누군가의 관심사가 되고 타깃이 된다. 여럿 가운데 뛰어난 '학'이 될지, 뛰어난 이들 가운데 평범하거나 모자란 '닭'이 될지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이보라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