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시장 평가'…업종별 희비

코스피, 관세협상 타결에도 하락마감…"기대감 선반영, 불확실성 제거"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주 하락세 뚜렷…한화오션 등 조선주 상승

입력 : 2025-07-31 오후 5:11:20
 
[뉴스토마토 이보라·신유미 기자]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시장은 차분했습니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6거래일 올랐던 코스피는 정작 협상이 타결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7일 만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며 시장의 불확실성 요소가 제거됐다는 평가입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9.03포인트(0.28%) 떨어진 3245.44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3254.47)보다 21.31포인트(0.65%) 오른 3275.78에 개장하며 역대 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장중 기관 매도세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675억원, 3407억원 매도했으나 기관이 8264억원 매도했습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기조를 보이며 정책금리를 동결한 것도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미 관세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상호 관세협상 결과는 시장에서 예상해왔던 결과로, 증시 전반에 걸쳐 중립적인 수준의 영향만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호관세 협상 국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관련 불확실성은 정점을 통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31일 코스피가 하락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이번 한미 관세협상으로 인해 자동차주와 조선주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리스크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업종별로 경쟁력 관점에서 희비가 달라졌다"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자동차, 2차 전지 등에서 매도 물량으로 인해 전체 지수가 하락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우려에 매물이 쏟아지며 현대차(005380)기아(000270)차는 전일보다 각각 4.48%, 7.25% 하락 마감했습니다. 특히 기아차의 하락폭이 두드러졌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아는 멕시코산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뿐만 아니라,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대수를 줄이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기아가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함에 따라 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손익 영향은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관세 협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50만대는 관세에 노출돼, 부세 부과 1% 당 양사의 1400억원 내외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테슬라와 공급계약을 맺으며 상승세를 이어오던 삼성전자(005930) 역시 이날 1.65%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실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반도체 분야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기존에는 무관세였던 반도체 제품이 이번 관세 부과로 미국 수출 제품 가격 상승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15% 내외로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테슬라 등 로직 칩(Logic Chip) 고객사 향 제품의 경우 추후 파운드리 가격 협상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다만 조선 및 방산, 원전 등의 업종의 수혜가 예상되며 상승했습니다. 한화오션(042660)이 13.23% 상승하며 조선주 상승을 이끌었고, HD현대중공업(329180)(6.58%),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4.63%), HJ중공업(097230)(1.94%) 등도 올랐습니다. 미국은 한국 외에 국내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조선업종은 관세 협상에서 최수혜 업종으로 꼽힙니다. 또한 무역 협상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에 1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발표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울러 글로벌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가 재개되고 있어 LNG선 수요 또한 증가하며 국내 조선 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한미 무역 협상에서 정부는 'MASGA'라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미 3500억 달러 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가 조선협력 전용 펀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54%), 두산에너빌리티(034020)(2.51%) 등이 상승했습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2.73%), LG(003550)에너지솔루션(-2.67%), 삼성전자우(005935)(-1.87%) 등은 하락했습니다.
 
코스닥은 전일보다 1.57포인트(0.20%) 오른 805.24에 마감했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8억원, 316억원 매수했으나 기관이 361억원 매도했습니다. 펩트론(087010)(2.26%), 파마리서치(214450)(0.91%), 휴젤(145020)(1.96%) 등이 상승했고, 에코프로비엠(247540)(-2.71%), 에코프로(086520)(-2.84%),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1.42%) 등이 하락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인한 한미 경제 협력 강화와 북미 간 대화 진전 기대감에 제이에스티나(026040)(29.95%)와 좋은사람들(033340)(27.24%)도 급등했습니다.
 
관세협상 타결 이후 코스피가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 센터장은 "하반기 증시는 3분기 무역 리스크와 정부 정책 결과를 가격에 반영한 후 4분기 국내외 금리 인하를 토대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배당 분리 과세의 현실화 등 정부 정책의 시장 친화적 기조가 추가적으로 확인되면, 외인 유입 증가세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정부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코스피는 하반기 예정된 주요 이벤트들을 소화하고 2026년 상반기까지 한국 정책 모멘텀을 반영하며 3600까지 추가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보라·신유미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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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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