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대 의대에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 이식수술을 하는 장면 (사진=하버드의대 MGH 병원)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ESRD(End Stage Renal Disease), 즉 말기 신부전 환자들은 대부분 혈액 투석을 받습니다. 그러나 투석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지연시킬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신장을 이식받는 것밖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ESRD 환자에게 신장 이식은 5년 생존율이 90퍼센트 이를 정도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지만, 문제는 신장을 기증받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가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만성 ESRD 환자 중 신장 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2023년 말 기준 3만3568명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6%에 불과한 2070명이 지난해 신장 이식을 받았습니다.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매해 2000여명씩 증가하고 있지만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들은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신장을 이식받으려는 환자들의 평균 대기 기간은 5년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ESRD 환자, 신장 이식 위해 5년 이상 대기해야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5만명의 ESDR 환자가 투석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약 10만명이 신장 이식 대기 명단에 등록돼 있지만, 2023년에는 2만1000건의 신장 이식만 이뤄졌습니다. 이식률로 보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높지만 대기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어 대기 명단에 올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2021년에 이루어진 미국신장재단(National Kidney Foundation)의 연구에 따르면 혈액 투석을 시작한 지 3년이 안 된 환자들 가운데 12%만이 장기 기증 및 이식 네트워크 대기 명단에 올라가 있고 40%가 사망했습니다.
최근 신장 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생명공학 기업인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 Corporation)와 이제네시스(eGenesis)에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에서 적출한 신장을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허가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는 6명의 환자로 시험을 시작하지만, 최종 환자 수는 50명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네시스는 세 명의 환자로 시작해서 연구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다섯 명의 환자가 이 두 회사가 개발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았습니다. 이 중 두 명은 심장을, 세 명은 신장을 이식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노플란테이션(xenotransplantation), 즉 종간(種間) 장기 이식은 공식적인 임상시험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죽기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서 다른 치료 옵션이 없어 이식이 허용되었습니다. 다섯 명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오래 생존한 환자는 지난 11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53세의 여성입니다. 다른 네 명의 환자들은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임상시험, 1상, 2상, 3상 단계 거치지 않는 페이스리스(phaseless)로 진행
올해 중반쯤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의 임상시험은 지난 6개월 동안 신장 투석을 받았지만, 다른 심각한 질환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임상시험은 먼저 이식받은 환자들의 예후를 관찰하고 거기에서 나온 결과를 다음 이식수술에 참고하기 위해 3개월 간격으로 실시됩니다. 만약 처음 여섯 건의 이식이 성공적이라면, 이 시험은 대상자를 최대 50명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1상, 2상, 3상 시험을 결합한 '페이즈리스(phaseless)’ 즉 단계를 거치지 않는 임상시험으로 결과에 따라 직접 승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에서 생산한 신장은 이식받는 환자의 장기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10개의 유전자 편집을 거친 돼지에서 적출했습니다. 돼지에는 여섯 개의 인간 유전자가 추가됐으며 돼지 유전자 네 개가 비활성화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장기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이고, 나머지 세 개는 인간 면역 거부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입니다. 이제네시스의 돼지는 총 69개의 유전자 편집을 거쳤으며, 그중 59개의 유전자는 돼지 유전체에 결합된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입니다.
종간 장기 이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돼지 병원체가 인간에 전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생물 보안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무균시설에서 돼지를 사육해 왔으며 병원체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돼지의 신장을 이식하는 이종 장기 이식이 새로운 병원체를 인간에게 전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종 신장 이식을 받을 가능성이 낮은 ESDR 환자들에게 평생 혈액 투석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희망적 대안인 것은 분명합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