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며 스마트폰 제출하는 브라질 학생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학부모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또 학교나 학계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건강과 교육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UN은 프랑스, 이스라엘, 터키, 캐나다, 호주 등 4개국 중 공립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도입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영국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하면서도 금지 여부는 학교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영국 교육부는 대부분의 학교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조치는 학교가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복지, 교육 성취도가 향상되고 파괴적 행동 수준이 감소할 거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주 영국 버밍엄 대학 연구팀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나 정신건강 개선과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성적은 물론, 학생들의 수면, 교실에서의 행동, 운동,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도 스마트폰 사용 금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모든 측정 항목에서 더 나쁜 결과와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성적 향상이나 정신건강 증진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사용 시간 단축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영국 버밍엄 대학의 연구는 학생들의 건강과 교육에 대한 측정과 함께 학교의 스마트폰 사용 규정을 조사한 세계 최초의 연구인데요, 지난 2월 4일 유럽 보건 정책에 관한 랜싯 저널(Lancet's journal for European health policy)에 게제되었습니다.
30개 학교, 1227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비교연구에서 스마트폰 제한 정책을 시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에 비해 학교 시간 중 전화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은 적었지만, 주중 또는 주말 사용 시간을 비교할 때는 차이에 대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평균적으로 하루 4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한 스마트폰을 가정이나 다른 곳에서 더 사용하여 거의 비슷한 시간을 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학교와 허용하는 비교한 결과, 청소년의 불안, 우울, 소셜 미디어 사용 문제, 소셜 미디어 사용 동기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수면 시간과 효율성, 신체 활동, 학업 성취도, 수업 방해 행동 면에서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은 것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학교 스마트폰 금지 정책이 청소년의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전반적으로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한편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의 증가는 정신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의 증가는 신체 활동의 감소, 수면 효율 및 수면 시간 감소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및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의 증가는 수업 지장 증가, 영어 및 수학 성취도 저하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 연구의 주 저자인 버밍엄 대학의 빅토리아 굿이어 박사(Victoria A. Goodyear)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 결과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지금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스마트폰 없는 어린 시절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는 영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이 연구 결과를 ‘놀라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막연히 생각했던 기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을 막고,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만들기 위해 학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넘어서는 정책 대안의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학교와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