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중국 하얼빈 타이양다오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냉랭했던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시사한 데 이어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유해봉환에 대한 중국의 협력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9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우 의장은 전날 밤 하오 펑 랴오닝성 당 서기를 만나 한·중 지방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우 의장은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공식 서열 3위) 초청으로 지난 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우 의장은 하오 서기와 만난 자리에서 "지방 교류는 한·중 관계 발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특히 랴오닝성을 비롯한 동북3성은 우리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한국과 역사·문화·정서에서 유대가 깊은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회도 한국과 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한·중 지사성장회의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우리 지자체와의 협력이 계속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우 의장은 또 "2022년 한국의 랴오닝성 투자금액은 50억달러를 넘어 중국 전체 31개 성·시 중 1위"라며 "현지 경제에도 기여하는 호혜적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우리 진출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우 의장은 안중근 의사 관련 유적지 등 독립운동 사적지 관리와 보존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앞서 우 의장은 5일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 7일에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어 전날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촌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 의장과 시 주석의 만남이 주목받았는데요. 시 주석은 우 의장과의 면담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이 직접 APEC 참석 의사를 긍정적으로 시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시 주석이 사실상 방한에 무게를 실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한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 우 의장이 직접적으로 한한령 해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문화교류는 양국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문화 교류에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내놨는데요. 한·중 양국 사이에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진전이 이뤄질 지 주목됩니다. 이 외에도 양국은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소통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