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올해 제약 바이오 화두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방 재편 움직임 속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동시에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죠.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제27호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며 2024년 이후부터 연간 5~8%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자국의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30조원, 수출 규모는 10조원에 불과하지만 3200여개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제약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인 지원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와 적절한 긴장 관계 설정은 여전히 핵심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뉴시스)
FDA·EMA 주요국가 규제기관 문턱 넘어야
정부와 기업들의 의지에도 아직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속하는 한국 기업은 없으며,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0%대를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약품 수출도 혁신 신약보다는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개발(CDMO)이나 보툴리늄 제제의 비중이 높은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올해에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는 것이 관건인데요. 국내 개발 신약의 글로벌 진출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됐는데요. FDA 승인은 글로벌 신약 탄생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는 HK이노엔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FDA 승인이 기대되는데요. 2021년 HK이노엔과 케이캡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미국 제약사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및 치료 효과 유지,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테고프라잔과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2건의 임상 3상을 진행했습니다.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임상시험은 지난해 4월 완료하고 현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란성 식도염 관련 임상시험은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올해 9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P-CAB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케이캡은 복용 후 1시간 이내에 빠르게 약효가 나타나고, 6개월까지 장기 복용 시에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점을 앞세워 전 세계 48개 국가에 진출했고, 15개 국가에 출시돼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시대' 내수, 제네릭 탈피해 글로벌 공략해야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산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데요.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만들어지는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보다 복잡한 구조이고 제조공정 난이도도 더 높지만, 작용기전이 명확하고 특정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 치료와 희귀, 난치, 만성질환 치료도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죠.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약 1조6000만 달러 규모로 증가해 전체 제약산업에서 44%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생성형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시키는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모델은 원하는 구조나 기능을 가진 새로운 소분자, 핵산 서열 및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성공적인 약물의 화학 구조를 분석하고 변이를 시뮬레이션하고 기존 약물 방식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잠재적인 약물 후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생성형 AI는 복잡한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개발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개발 기간은 7년, 비용은 약 6000억원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처음 신약 후보물질을 찾고 임상시험에서 후보물질을 추리고 의미있는 물질을 발견하기까지 통상적으로 약 10~1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으려면 추가로 약 2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내수시장과 제네릭 개발에 주력하고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본부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에는 국내 시장이 다국적 제약사에 잠식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선진국이나 파머징 시장 수출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우리 정부와 협회, 현지 대사관, 기업들이 효과적인 컨트롤 타워하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국의 제약 바이오 산업 파이가 확대되고 글로벌에서 경쟁할 역량을 가질 때까지 상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