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에서 그간 진행돼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흐름이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한국 내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두고 최근 제이미슨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까닭입니다. 구글이나 메타 등 자국의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 규제로 불이익을 입을 경우 미국이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향후 정책 향방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는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한 특별 요구나 과세 조치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어 지명자는 "우리를 차별할 수 없으며 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을 주도할 USTR 대표 지명자의 발언인 만큼 업계는 물론, 국회와 공정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상원 재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국회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지연됐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이른바 '온플법'에 대한 논의를 조만간 재개할 예정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공정화법, 독점 규제법 등 총 18건의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입니다.
공정위도 앞서 2025년 신년사를 통해 플랫폼 규제 강화 의지를 재확인 한 바 있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에 자사 우대, 끼워 팔기, 타 플랫폼 접속 제한 등을 사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른 제재 대상에는 네이버(
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까지 포함됩니다. 그러나 미국 기업 규제가 강화될 경우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의 발언처럼 미국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로 인해 미국의 무역이 제한될 경우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일단은 공정위에서도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읽힙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것"이라며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없이 경쟁법에 따라 일관된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계는 플랫폼 공정화법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가 중요한 정책이 된 상황이라 (국내의) 플랫폼법은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로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전 교수는 지금은 플랫폼에 대한 규제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전 교수는 "학계에선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을 쓰는데, 플랫폼을 개인 기업 인프라를 넘어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해 국가 전략화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굉장히 우려가 되는 상황인데 우리가 국가적 자산으로 플랫폼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방향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