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우주의 비밀 풀어줄 원자로의 암흑 물질

암흑물질과 전자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미세신호 포착
기초과학원이 주도 연구팀 한빛 원전에서 NEON 실험으로 이론적 가설 성공적 검증

입력 : 2025-02-11 오전 9:33:10
NEON 검출기(사진=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우리가 우주에서 빛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27퍼센트는 암흑물질, 그리고 나머지는 암흑 에너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빛이나 전자기파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암흑물질이 밀집된 곳에서 나오는 비정상적인 감마선이나 중성미자 검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하거나 허블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암흑물질이 있는 곳에서 중력에 의해 빛이 굴절하는 것을 관측하고 암흑물질의 분포를 추정합니다. 암흑물질 연구는 우주의 구성 요소, 생성 과정, 그리고 궁극적인 운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암흑물질의 정체를 규명하는 것은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암흑물질 연구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WIMP)를 주요 대상으로 이뤄져 왔지만, 어떤 실험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WIMP보다 낮은 질량 범위의 가벼운 암흑물질(Light Dark Matter)이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벼운 암흑물질은 암흑광자(Dark Photon)와 같은 매개 입자를 통해 일반 물질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과학기술연합 대학원대학교(UST)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탈륨 도핑 요오드화나트륨 섬광 검출기를 이용한 중성미자 탄성 산란 관측 (Neutrino Elastic Scattering Observation with NaI(Tl), NEON) 실험은 이러한 이론적 가설을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로 검증했습니다.
 
원자로에서는 대량의 중성미자와 고에너지 광자가 발생하며 이는 암흑물질 탐구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NEON 실험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광자가 암흑광자로 변환되고, 이 암흑광자가 다시 가벼운 암흑물질을 생성할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흑물질이 전자와 상호작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미세 신호를 NaI(Tl) 검출기를 통해 포착했습니다. 원자로라는 특수한 환경은 이러한 연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원자로의 안정적이고 강력한 에너지 출력을 활용한 NEON 실험은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은 전남 영광군에 있는 한빛 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의 2.7기가와트 원자로에서 23.7미터 떨어진 곳에 검출기를 설치하고 16개월 동안 원자로 작동 중과 정지 상태에서 각각 수집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며 특정 에너지 범위 내에서 암흑물질 신호를 탐색했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1-10 keV(킬로전자볼트) 에너지 범위의 미세한 신호를 정밀히 분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광자가 암흑광자를 매개로 가벼운 암흑물질을 생성하고, 이 암흑물질이 전자와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실험으로 보여준 세계 최초의 연구입니다.
 
가벼운 암흑물질 연구는 기존 암흑물질 모델에 대한 한계를 보완하며, 암흑물질의 질량, 상호작용 강도, 우주 초기의 물리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우주 배경복사와 은하 형성 모델, 그리고 천문학적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NEON 실험은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하며,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실험을 이끈 기초과학원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원자로를 암흑물질의 생성 원천으로 활용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매우 가벼운 암흑물질을 탐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기존 암흑물질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주 형성의 비밀을 풀어가는 데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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