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글로벌 성장전략)②'총성없는 전쟁' CDMO 격화

CDMO 시장 판도변화…'제조기술 역량 강화·생산규모 확대' 승부수
트럼프 2기 '약가 인하·바이오시밀러 관세 면제' 국내 기업에 호재

입력 : 2025-02-11 오후 4:19:37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국제통상 상황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강화 기조는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제약 바이오 기업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이 대표적이죠.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말 미국 의회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정 보류됐지만 올해 다시 입법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생물보안법안 내용 중 논란이 됐던 규제 대상 기업에 대한 지정·해제 절차 등에 관한 조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큰 틀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법안의 취지를 유지한 채 올해 생물보안법이 통과된다면 기존에 중국이 차지하고 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게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이 주력사업으로 하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CDMO 의약품에 관세를 면제하고 탈중국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약가 인하 정책은 국내 기업에게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의약품 수요 증가…글로벌 COMO 시장 확대
 
수요 증가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글로벌 CDMO 시장이 확대되자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CDMO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앞세워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사 중 17개 사를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한 해 동안 5조4000억원에 달하는 수주금액을 달성했는데요.
 
올해 초에도 2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연 매출 5조원 고지를 넘보는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급증하는 CDMO 시장과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오는 4월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이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규제기관 실사 통과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며 고품질의 생산능력을 뒷받침하고 있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식품의약국(FDA) 41건, 유럽의약품청(EMA) 36건 등 총 340건의 글로벌 규제기관 제조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은 CDMO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해 생산시설 구축과 인프라 확보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국내에만 최대 20만리터의 생산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으로 올해부터 10만리터 규모의 1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셀트리온그룹은 앞으로 생산 용량을 확대하고 세계 주요 국가에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해 영업능력 극대화를 모색할 전략입니다. 생산시설과 연구소 구축을 시작으로 오는 2028년부터는 상업 생산과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중소 바이오텍 '지형 변화'
 
중소 바이오 기업들의 약진도 주목됩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바이넥스의 송도공장은 FDA로부터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승인을 획득하고,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앱토즈마에 대한 상업용 항체의약품 생산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동아에스티에 이어 국내 의약품 CDMO 기업으로서는 네 번째 FDA 허가인데요. CTT리서치는 바이넥스가 FDA와 EMA에서 의약품 cGMP 승인을 받은 아시아 유일의 중소 CDMO 기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바이오 소부장부터 디테일하게 장기적인 성장 목표를 가지고 관련 산업 육성책을 제시하고 글로벌 수주 규모와 생산역량을 보유한 대기업 외에도 중소 바이오텍 같은 후발주자들을 위한 지원, 독려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CDMO 공장, 설비를 갖추는 것 외에도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하려면 수주 같은 구체적인 영업활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cGMP 같은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부문별로 단계적인 목표를 세워 주요 국가 규제기관의 제조 승인을 획득한 노하우를 기업들이 공유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바이오 통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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