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18번…내란 사죄 대신 야당 '저격'

권성동, 교섭단체 대표연설…"국정위기 유발자는 이재명"

입력 : 2025-02-11 오후 6:06:52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12·3 내란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자 헌정질서 파괴자로 민주당을 지목하며, 이재명 대표 공격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실제 민주당은 44번, 이재명 대표는 18번 언급하며 연설의 대부분을 야당 비판에 주력했는데요. 이에 반해 내란 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은 단 1차례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차기 집권을 위한 여당의 청사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내 '조기 대선' 언급이 금기어가 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비상계엄 선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의회독재, 입법폭력이 비상계엄을 불러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2·3 내란 사태 책임도 '이재명 탓'
 
그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거대 야당은 무려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우리 헌정사에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이런 야당은 없었다"며 "탄핵, 특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불안 조장 세력, 정치를 끝없는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는 국민 분열 세력, 이것이 바로 민주당의 본모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씨와 강성 보수 지지층의 입장과 논리를 상당 부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윤씨와의 선 긋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입니다.
 
윤석열정부 2년여 동안 결실을 맺지 못한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비협조 탓으로 돌렸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출산 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여당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비협조 때문에 진척이 없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이중구조 해결도 민주당과 강성노조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함께 유보 통합(유치원+어린이집) 추진이 더딘 상황과 의료개혁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습니다 .
 
이 와중에 윤석열정부 성과 '자화자찬'
 
권 원내대표가 내란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돌리며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동안 정작 당과 자신의 사죄 표명은 단 1차례에 그쳤습니다. 비상계엄도 단 2차례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소추와 구속 기소까지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중에 윤석열정부 출범 후 3년이 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그 예로 거시경제 안정, 건전재정 추진,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꼽았는데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성장률 2%를 지켜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000달러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건전재정 추진으로 대외신인도를 유지했고, 적절한 주택 공급과 징벌적 과세 완화 정책으로 집값 폭등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자평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성과와 관련해 "문재인정부에서 크게 흔들렸던 한·미 동맹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완전히 복원됐다"며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도 정상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집권 청사진보다 이재명 때리기 '올인'
 
권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사실상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해 비난으로 끝났습니다. 정치적 비전보다는 '이재명 때리기'에 올인하는 여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전제로 집권 청사진도 내놓지 못하면서 전날 이재명 대표의 연설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권 원내대표가 이번 연설에서 내놓은 정책 메시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개헌', 승자 독식과 지역 편중의 '선거구제 개편', 지역화폐를 제외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 처리', 첨단산업 에너지 수요 확보를 위한 '국토 종합 인프라 개발 로드맵 구축' 정도였습니다.
 
이 대표를 시종일관 공격하고 비난한 권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야권에선 "여당 포기 선언문", "전파 낭비"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10글자 사과와 34쪽 거짓과 궤변"이라며 "매우 실망스럽고 참담함을 넘어 분노마저 올라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신들의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야당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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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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