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입니다.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계는 수년에 걸친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실적 성장을 이뤘는데요. 우리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혁신 신약의 상업적 성공이 필수입니다.
특히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이 관건인데요. 혁신 신약의 경우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한 후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초기 개발 단계부터 상업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비교적 쉽게 현금 조달을 안정으로 할 수 있는 초기 신약 개발단계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이전으로 발생하는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는 투자 리스크와 신약 개발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개발사들에게는 호재로 여겨지죠.
다만 전임상만 마치고 조기에 성사된 기술수출은 추후 임상시험 과정에서 해당 후보물질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발견돼 반환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자금력 한계로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한 후보물질이 임상 과정에서 다시 반환되는 사례를 줄이려면 초기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임상을 고려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5년간 42조6979억원 기술이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최근 5년간 총 42조6979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반적인 기술이전 추세는 14조785억원을 기록한 2021년 이후 계약 건수와 규모 모두 절반 이하로 감소했지만 2023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기술수출 건수는 총 15건, 계약 규모는 약 8조972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초에도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 낭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달 12일 신약 개발 전문기업 지놈앤컴퍼니는 영국 항암 전문 신약 개발사 엘립시스 파마 리미티드와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A-10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엘립시스 파마는 모든 임상 개발을 전담하고, 지놈앤컴퍼니는 GENA-104의 상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에 대해 합의된 배분율대로 수익금을 받게 됩니다. GENA-104는 지놈앤컴퍼니가 최초로 발굴한 CNTN4 단백질을 억제하는 면역항암제로, 기존 면역항암제에서 약효를 보지 못한 암 환자들에게 항암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 GENA-104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시료 물질 생산까지 마친 상태에서 기술 이전됐는데요. 엘립시스 파마는 올해 국내에서 임상 1상을 개시하고, 미국과 유럽으로 글로벌 임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7일에는 올릭스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심혈관, 대사질환 신약 후보 물질 OLX702A를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릴리에 기술 이전했습니다.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금액은 9117억원입니다. 계약에 따라 올릭스는 호주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일라이릴리는 기타연구개발·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인데요.
대사이상지방간염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세포에 중성지방이 축적돼 간경화, 간부전, 간암 등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대사이상지방간염을 앓고 있는 전 세계 환자 수가 4억명에 달하고, 치료제 시장 규모는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후속주자로 'MASH·ADC' 후보물질 부상
국내 기업들의 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경쟁도 치열합니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메타비아는 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DA-1241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 2상 탑라인 데이터에서 DA-1241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됐고, 올해 상반기 주요 학회에서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앤디파마텍은 자회사 뉴랄리를 통해 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b상이 진행 중인 한미약품의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지방간과 간 염증, 간 섬유화 등 복합 증상에서 치료 효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첫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낸 곳은 에임드바이오입니다. 에임드바이오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 AMB302는 미국의 바이오텍 바이오헤이븐에 기술이전 됐는데요. 계약조건, 선급금, 단계별 기술료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양사의 합의로 모두 비공개됐습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은 AMB302는 방광암, 두경부암, 교모세포종 등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입니다.
한편 올해 기대되는 기술이전은 리가켐바이오의 ADC 후보물질 LCB02A, LCB41A입니다. 최근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에서 ADC 항암제 개발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타격하는 ADC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일으키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죠. 지난해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과 약 9435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30여개의 ADC 파이프라인과 ADC 원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올해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는 LCB02A, LCB41A는 글로벌 제약사와 빅딜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