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글로벌 성장전략)④'AI 신약 개발 플랫폼' 고도화 드라이브

자체 AI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 주목
'AI 신약 개발 1호' 타이틀 경쟁 시작

입력 : 2025-02-13 오후 4:20:02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제약 바이오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AI 신약개발 시장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달 5일 미국의 AI 신약 개발사 리커전이 자사 AI 기반 약물 REC-994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AI 기반 신약 물질이 뇌혈관 기형 치료제로 유효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도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제약 바이오 산업에서 AI 기술은 신약 개발, 임상시험, 제조, 상용화, 시판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데요. 특히 신약 개발 산업 부문에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10년 이상의 연구 개발기간과 1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AI 신약 개발을 제약 바이오를 핵심 산업으로 지원한다고 천명했지만, 정부의 지원과 민간 투자가 확대된다고 해서 다른 산업에서 보아왔던 유사한 성과를 단기간 내에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경우 AI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스크리닝 과정에서 임상, 논문, 연구개발(R&D) 데이터를 가지고 알고리즘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고도화하는 단계로 임상 시험 단계에서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다른 알고리즘을 가져다 신약 개발에 도입하는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축적된 데이터 자체가 많지 않아 데이터의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신약개발사와 AI 전문가들이 협업해 AI 신약개발 플랫폼들이 방대한 학습데이터를 보유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속 가능한 AI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정부의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도화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은 생물학적·화학적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해 최적의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약효와 약물의 화학구조를 분석하고 부작용을 정밀하게 예측해 신약 연구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하죠. 기존 10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개발 비용은 기존보다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집니다.
 
현재까지 지배적인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이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제약 바이오 기업에게도 유전자 빅데이터, 바이오 설계·제조 역량, AI 슈퍼컴퓨팅 등 요소를 총체적으로 망라한 전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국내 AI 신약 파이프라인 '105건'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 AI를 활용한 전문성과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토대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의 총 파이프라인의 수는 2022년 기준 105건입니다. 또한 AI 신약 개발 회사와의 협업이나 자체 개발한 AI 풀랫폼 기술로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개발과 유의한 결과를 도출하는 시너지를 보이고 있죠.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인공지능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케미버스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등 최신 AI 기술을 탑재한 9개의 모듈을 갖췄습니다. 특히 방대한 생물학적·화학적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최적의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독성 및 약효를 정밀하게 예측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데 기여하죠. 이러한 AI 기반 연구전략은 신약 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합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케미버스를 활용해 1개 물질의 적응증을 여러 질환으로 확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FLT3 돌연변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PHI-101과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이 있습니다. 두 후보물질 모두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발견됐죠.
 
자체 개발 AI 신약개발 플랫폼 고도화 관건
 
지난해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PHI-101은 현재 글로벌 임상 1상 마무리를 앞두고 있고 임상 2상을 준비 중입니다. 케미버스를 통해 재발성 난소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국내 대형 병원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죠.
 
PHI-501은 돌연변이 난치성 대장암, 악성 흑색종 등 난치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GLP 독성시험 연구를 마쳤습니다. 임상 1상 진입을 위해 올해 1분기 내 임상시험계획 승인(IND) 신청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온코크로스는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해 약물의 최적 적응증을 발굴하는 온코랩터 AI를 활용해 감소증 치료제 OC514, 심근경색 시 재관류 손상 저해제 OJP3101 등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OC514는 글로벌 임상 1상을 완료하고 한국파마에 기술 이전해 임상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닥터노아바이오텍은 신약 개발 관련 데이터베이스 노트와 이를 기반으로 복합제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 아크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아크는 노트를 기반으로 단일 약물 구조, 약물의 상호 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해 복합제 후보 물질 발굴을 돕죠.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도출한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뇌졸중 신약 후보 물질 NDC-002와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NDC-011, 듀센 근이영양증 NCD-023 등이 있습니다. 이중 뇌졸중 복합제 NDC-002는 2023년 7월에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습니다. 
 
(사진=엔비토엘리먼트)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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