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프라 투자 지연에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

(통신사 과징금 날벼락)③통신3사,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 미달
5G 투자 서둘러 마무리 기조…빠듯한 현금에 AI 투자 전력
과징금 현실화될 경우 이통 유통시장 자금 유입도 축소될 듯

입력 : 2025-02-18 오전 6:00:35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과징금 부과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통신3사가 전투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통신서비스 시장 사황과 AI 투자가 맞물리면서 비용 효율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데, 조 단위 과징금이 더해질 경우 투자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까닭입니다. 이동통신 유통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시장 둔화에 따라 새 먹거리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지난해까지 5G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 짓고, AI로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 AI 전환(AX)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등 AI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이들 기업은 설비투자(CAPEX)를 줄이며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통신3사는 통신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SK텔레콤(017670)이 집행한 설비투자 규모는 2조3939억원으로 2.3%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KT(030200)는 전년보다 9.5% 줄어든 2조300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032640)는 23.6% 줄어든 1조920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9년 9조원 후반을 기록했던 통신3사의 CAPEX는 2023년 7조6680억원이었다가 지난해의 경우 3조9724억원으로 크게 줄었는데요. 특히 올해는 AI 사업 본격화와 관련 투자 확대를 선언, 통신 네트워크 설비 투자 감축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까지 5G에 대한 투자를 거의 마치면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주력하는 등 '탈통신'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용 효율화가 지속되는 것은 AI 투자 근간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과감한 투자가 어려워진 것도 비용 효율화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통신3사 중 지난해 수익 개선을 이룬 곳은 SK텔레콤 한 곳뿐입니다. 각 사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3조4960억원으로 2023년과 비교하면 20.5%가 줄었습니다. 올해는 AI 관련 사업에 집중하면서 수익 개선을 이룬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입니다. 과거 네트워크 망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인터넷 강국의 초석을 마련한 것처럼 국가 AI 역량의 핵심 근간이 될 AI 인프라를 담당한다는 목표인데요.
 
그러나 영업이익에 맞먹는 과징금을 맞게 된다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의 딥시크 충격으로 국가 간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는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통신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대목 중 하나입니다. 이동통신 유통시장 자금을 쥐고 있는 통신사가 타격을 받을 경우 시장으로 유입되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마케팅비용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전년대비 4.5% 감소(2조9090억원)했고, KT도 3.8%(2조4096억원) 줄었습니다. LG유플러스만 유일하게 2.1%(2조2091억원) 증가했습니다. 
 
염규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은 "통신사들 돈이 한정돼 있어 과도한 과징금을 떠안을 경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통망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특수채널로 판매가 늘어나는 등 비정상영업이 많아져 힘든 상황인데, 버틸 수 있는 유통망도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도 "단통법 폐지로 알뜰폰 경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든다면 소비자 혜택도 연동돼 줄어들 수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진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