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박주용·한동인·김성은·차철우·유지웅·이효진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31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7명와 함께 관세 협상을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평균 B점수'를 주면서도 "반도체와 철강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협상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보다 앞서 협상을 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자동차 관세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이 기존 25%에서 15%로 타결된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미국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뉴스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25→15%…자동차 생각하면 선방 아냐"
이번 협상은 관세 발효 직전에 성사된 만큼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FTA로 과세를 물지 않았던 자동차에 15% 관세가 새롭게 붙게 되는 부분은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 EU(유럽연합) 사례를 들어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게 협상에 선방했다는 논리가 되지 않는다"며 "15%도 이미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감한 부분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데 농수산물과 자동차는 무관세로 오겠다는 건데 명확한 자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신 교수와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입을 모아 "한·미 FTA는 완전히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방위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신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는 방위비 협상도 남아 사실상 미국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강인수 교수는 "이번에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추후 방위비나 안보 관련 비용을 청구할 때 앞으로 쓸 카드가 없어졌다는 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협상과 비교해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쌀이나 소고기 시장을 방어하면서 지불하는 금액이 상당히 높다"며 "특히 자동차 관세율을 10% 포인트밖에 낮추지 못한 게 일본이나 EU의 자동차에 비해 2.5% 가격 부담이 생긴 것이라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농수산물 개방을 방어한 부분이 오히려 아쉽단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김 교수는 "쌀 시장과 소고기 시장을 일본이나 EU 수준으로 부분적 개방을 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딱 평균 정도 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500억달러 조선업 펀드 운용…"윈윈 전략"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다고 하나, 조선업 투자 부분은 전문가 모두가 '윈윈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업 부분에서 1500억달러 투자되는 점은 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조선 부분은 중국 시장에 밀려서 우리 산업이 사양화된 경향이 있는데,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시장을 점유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인수 교수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은 협상이지만, 조선업 파트는 '윈윈 투자'로 볼 수 있다"며 "디테일하게 보자고 한다면 협상 부분이 상당히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상호 간 (투자의) 방향이 같아서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세 협상 소식이 전해지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투자 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투자 금액이 3500억달러인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0.4%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 규모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는데요. 또 조선업에 대한 투자 부분은 빼고, 사실상 20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투자 규모를 놓고 봤을 때 정부의 설명처럼 경제 규모로 볼 것이 아니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로 봐야 한다"며 "조선 부분에서 1500억달러가 투자되니 사실상 2000억달러 규모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연성 교수도 "한번에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크다고 볼 수 없고, 우리가 미국의 여섯 번째로 큰 교역국이란 점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던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농민분들이 화를 낼 수 있지만, 쌀은 남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개방하는 게 좋았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는 "협상 조건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조선업이란 특정 산업 분야에서 한·미간 새로운 협력 체제가 되는 단서가 마련돼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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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