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 전방위 압박..왜(?)

자금 증빙서 요구 이어 재무개선약정까지
'현대차그룹 → 채권은행 → 현대그룹' 압박설 분석도

입력 : 2010-12-02 오후 4:19:21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 강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자금 증빙에 이어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까지 쉴 틈이 없다. 일각에서는 현대차(005380)그룹의 금융권 압박에 따라 채권단의 현대그룹 밀어붙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증빙자료 내놓고 약정도 체결해라" 연타석 압박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004940), 산업은행, 농협으로 이뤄진 현대그룹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최근 현대그룹에 오는 6일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행하지 않을 시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5조5100억원 조달을 위해 막대한 차입을 했고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약정체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해운시황 회복 등으로 수익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약정체결을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011200)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재무개선약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날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예비우선협상자로 현대그룹 대신 현대차그룹이 될 수 있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책금융공사 등 여타 채권단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한 이후 돌변한 것.
 
서울 명동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연 외환은행은 "오는 7일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금과 관련해 내놓는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현대그룹 대신 현대차그룹이 예비우선협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외환은행 돌변은 현대차 탓?
 
앞서 지난달 29일 외환은행은 채권단 합의를 앞두고 오후 1시 30분 경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말썽을 빚었다. 이날 채권단 중 한 곳인 정책금융공사는 오후 4시에 유재한 사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외환은행에 대해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그룹이 6일까지 증빙자료를 내놓아야 한다"며 으름장을 놨다.
 
설상가상 외환은행의 태도마저 돌변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압력에 외환은행이 굴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000270) 등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외환은행에 급여계좌가 있는 경우 이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일단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전날 외환은행에서 1조3000억원 가량 예금을 인출했고 서울 양재동 본사 1층에 있는 외환은행 지점 철수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현대그룹 컨소시엄에 재무투자자로 참가한 동양종금증권(003470)까지 불통이 튀었다.
 
외환은행은 "범현대가 기업의 예금인출 요구가 없었다"며 "외환은행 유동성 역시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현대차 역시 직원 계좌이체 이전 요구는 사실무근이라며 한발짝 물서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채권단을 우회압박,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스스로 포기토록 만든 후 예비우선협상자로 나서 현대건설 인수를 재추진한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운명의 '6일' 맞을 현대그룹
 
현대그룹도 이런 압박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오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현대그룹은 ▲이의제기 금지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 및 신용 훼손행위 금지 ▲주식매매계약 체결 방해행위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이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의 예금을 일방적으로 인출하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대로 현대그룹의 재무적 투자자인 동양종합금융증권에 거래 단절을 위협하는 등 압력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입찰 방해행위"라며 "이러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곧바로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이 2차의 유예기간을 주는 건 불법"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오는 6일은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그룹에 증빙자료를 요구한 운명의 날이다. 현대그룹이 이날까지 채권단을 설득할 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현대건설의 주인은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차그룹쪽으로 기울게 된다.    
 
설상가상 이날은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시한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으로선 이래저래 바쁜 이번 주말을 보내게 될 운명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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