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민주노총은 올해 정권교체를 통해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사회개혁을 위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노정교섭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개혁 과제를 두고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2025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에서 민주노총은 대화 상대가 아닌 척결 대상으로 노정교섭의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올해 정권교체 이후엔 새 정부와 노동 현안뿐 아니라 사회 대개혁을 위한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라고 하면 흔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이야기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당장 경사노위에 들어갈 결정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정부 태도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먼저 각 현안에 대한 노정교섭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후 사회적 대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했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2025 민주노총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양 위원장은 아울러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에 대해선 “국회와 양대 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가 월 2차례 모여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각 단체가 어떤 의제를 어떤 틀에서 논의할지 입장을 밝힌 상태로, 협의가 이뤄진 이후에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올해는 12·3 비상계엄과 내란사태가 아니었더라도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인구소멸 등 많은 위험과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설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지 고민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윤석열씨를 퇴진시키고 사회를 개혁하자는 요구가 나온 광장에서 민주노총도 많은 응원을 받았고, 또 사회 대개혁에 대한 요구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은 올해 투쟁 슬로건을 ‘내란 세력 청산, 사회 대개혁 실현, 200만 민주노총 시대’로 삼았습니다. 내란 종식과 사회 대개혁으로 차별 없는 평등사회를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민주노총 창립 30주년을 맞아 올해는 조합원 200만명 시대도 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은 약 121만명 수준입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씨 탄핵 투쟁에 나선 2030 청년세대로 조직을 확대하고, 노동기본권 투쟁과 전략조직화 사업을 결합해서 조합원 규모를 2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내란주범 윤석열 즉각 탄핵, 구속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노동자 시민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간담회에서 양 위원장은 정치사회에 관한 개별 현안들에 대해서도 입장도 밝혔습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이나 ‘우클릭’ 행보에 대해선 “민주당이 중도보수라는 건 정확한 진단이지 않나 싶다. 민주당은 진보를 자처했지만 실제 중도보수 스탠스”라며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대선주자로서 정치적 셈법을 가지는 것 같고, 민주노총이 일희일비하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최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것엔 “김 장관이 취임했을 때도 민주노총은 그를 장관으로서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김 장관이 국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는 역사 인식의 문제만 아니라 노동에 대한 관점 문제를 비롯해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초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가올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물음엔 “대선이 5월쯤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까지는 윤석열씨 파면과 내란 세력 청산 투쟁에 집중했다. 이달 말부터 3월 초까지 중앙집행위원회 내부 논의를 거쳐 선거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선거 방침을 통해서 지지 후보뿐 아니라 주요 의제 선정과 공론화 방법 등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양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1990년대 이후 복지국가 모델에 따라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안전망은 취약한 상황”이라며 “통상 복지국가 모델에서 노동자 임금 중 사회안전망인 사회임금은 40%, 회사로부터 받는 시장임금은 60% 수준”이며 “우리의 경우는 시장임금이 약 90%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향후 노동기본권과 공공성 강화를 통해 우리 사회와 노동환경이 실질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