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단세포동물서 추출한 단백질, 방사선 치료 부작용 해결?

MIT 등 미국 연구진, 물곰의 극한 생존력에서 방사선 보호 전략 찾아
생쥐 실험으로 방사선 손상에서 DNA를 보호할 수 있는 단백질 생성 확인

입력 : 2025-02-28 오전 9:35:10
탁월한 생존력을 가진 단세포 수중동물 물곰(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약 60%가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 방사선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환자가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MIT, 브리검 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아이오와 대학의 연구진은 이런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길이가 1mm도 안 되는 단세포 수중동물인 물곰(tardigrades)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해서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 연구 결과는 <물곰에 존재하는 손상 억제 단백질을 인코딩한 나노입자 전달 mRNA를 통해 건강한 조직의 방사선 보호(Radioprotection of healthy tissue via nanoparticle-delivered mRNA encoding for a damage-suppressor protein found in tardigrade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이번 주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되었습니다.
 
물곰이라고 번역되는 타디그레이드(tardigrade)는 타디그리다 문에 속하는 미세한 수중동물입니다. 이 생물들은 그들의 외모와 움직임 때문에 ‘물곰’ 또는 ‘이끼 돼지’라고도 불립니다. 그 크기는 0.1~1.5mm이고, 주요 서식지는 해양, 담수인데 육지 환경에서는 이끼류에 서식합니다. 몸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8족의 미세 동물인데, 극한의 온도와 탈수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주 공간에서 극심한 탈수와 우주 방사선에서 생존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 수중동물은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종의 휴면 상태라고 할 수 있는 크립토비오시스(cryptobiosis) 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물곰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생명체 중 하나로 여겨지며, 다른 생명체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치명적인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극지연구소의 연구자들도 극한 환경에서 물곰의 생존 메커니즘을 연구하여, 극지 생태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습니다. 
 
MIT 등 미국의 연구진은 물곰이 극한 상황, 특히 방사선에서도 견디는 특성에 주목하여 물곰의 단백질을 활용했습니다. 이들은 이 단백질을 인코딩하는 메신저 RNA를 생쥐에 주입했을 때, 이 단백질이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세포의 DNA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인간을 대상으로 개발된다면 많은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두경부암 치료에 자주 사용되는데, 이 경우 입이나 목을 손상시켜 먹고 마시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워지게 됩니다. 또한 위장암에 흔히 사용되는 방사선은 직장 출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환자가 치료를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하게 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합니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심한 통증과 체중 감소, 출혈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암 환자의 방사선 피해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거나 지극히 제한적입니다.MIT 부교수이자 브리검 여성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조반니 트라베르소(Giovanni Traverso)나 아이오와 대학 방사선 종양학 조교수 제임스 빈(James Byrne)은 방사선 피해를 방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물곰의 놀라운 생존 능력, 특히 극한 조건에 대한 회복력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곰의 방어 시스템이 가진 핵심 요소 중 하나는 Dsup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손상 억제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은 DNA에 결합하여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DNA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단백질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방사선량보다 2000~3000배 높은 방사선량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의 기초입니다.
 
암 환자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방사선 치료 전에 Dsup를 인코딩하는 메신저 RNA를 환자 조직에 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습니다. 이 mRNA는 세포가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발현하도록 유도하여 치료 중 DNA를 보호합니다. 몇 시간이 지나면 mRNA와 단백질이 사라집니다.
 
이 연구가 성공하려면 표적 조직에서 대량의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mRNA를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폴리머와 리피드라는 두 가지 시스템을 결합하면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고, 매우 강력한 RNA 전달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우리 접근법의 강점 중 하나는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발현하는 메신저 RNA를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합니다.
 
이 입자들이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에 mRNA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진은 이 접근법이 방사선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지 생쥐 실험으로 테스트했습니다. 연구진은 암 환자가 받는 것과 비슷한 양의 방사선을 투여하기 몇 시간 전에 입자를 뺨이나 직장에 주입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쥐에서 방사선으로 인한 이중 가닥 DNA 파손의 양이 50%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암 방사선 치료 중 건강한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DNA 손상을 보호하는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물곰에서 추출된 단백질이 인간을 위해 개발되어 실용화되면,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 약물로 인한 DNA 손상을 막는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곰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하여 인코딩한 mRNA (사진=MIT 등 연구진)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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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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