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윤석열씨 탄핵이 인용된다면 정치권은 곧바로 '대선 모드'로 전환됩니다. 조만간 윤씨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현재 여야 잠룡들은 물밑에서 활발한 대선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미 대선'이 현실화했다는 증거입니다. 여당은 윤씨가 파면되면 즉시 '손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반명'(반이재명) 정서를 극복이 과제로 꼽힙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씨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변수인 셈입니다. 아울러 윤씨의 구속취소 인용이 탄핵 선고 막판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대선판도 출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탄핵 인용 땐 '탈윤'…기각 땐 '도로 친윤'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잠룡으로 분류된 인물들은 '원외 인사'입니다. 이들은 최근 국회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대부분 '토론회' 참석과 '개헌' 등을 명분으로 국회를 찾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데요. 대선 출마를 위해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고 해석됩니다. 이들은 물밑에서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여권 잠룡들은 윤씨가 '파면'되는 즉시 '탈윤'(탈윤석열)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통령 파면에 따른 '여권 책임론' 등에 업고 선거를 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그동안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윤씨와의 관계를 다져왔는데요. 최근까지도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윤씨가 수감된 서울 구치소를 면회하는 등 옹호해 왔습니다. 당시 강경 보수 세력의 결집에는 성과를 거뒀지만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현재 중도층 공략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선이 시작되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반면 윤씨 탄핵이 기각된다면 국민의힘 잠룡들이 지지층을 외면하며 '탈윤'(탈윤석열) 행보를 하기 어려워집니다.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 체제가 강화됨과 동시에 차기 대선 후보는 친윤 세력이 지지하는 인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윤씨의 구속취소 신청이 인용되자, 여권 내에서는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는데요. 국민의힘의 잠룡들은 일제히 구속 취소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집토끼'를 끌어모으겠다는 심산으로 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석열 구속 취소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증거 인멸의 염려도 다 채증이 됐고, 도주의 염려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치셨을 것 같다"며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는 당연하다"고 밝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줄기차게 윤 대통령 구속은 불법이니 구속을 취소하라는 내 주장을 받아준 법원의 결정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공수처장과 검찰총장,서울고검장은 불법수사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윤씨의 탄핵 기각 시 이런 행보는 더욱 노골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중도층 외면이 불가피해집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관련 대책회의를 마치고 의원총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불안한 대세론'…정점에 '반명 정서'
윤씨뿐 아니라 이 대표도 조기 대선의 변수로 꼽히는데요. 현재 이 대표는 민주당 내 차기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입니다. 이날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3월 4~6일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이 대표는 3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가 가장 높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위를 기록했지만 이 대표에게도 숙제가 있습니다. 바로 반명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당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시 당내 움직임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일"이라며 "증거는 없고 추측이지만 타이밍을 보면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맹폭을 가했습니다. 비명계 대권 주자로 불리는 김두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명계와) 협력하자고 다독인 게 진심인가 아니면 검찰과 짰다는 그 감정이 진심인가"라며 비판했습니다. 최근 이 대표와 만남을 가진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당 대표가 애써 조성한 당내 통합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명계의 거친 반발로 자칫 지금껏 쌓아온 '통합' 행보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개헌'을 요구하며 연대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최근 당 내부에선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됩니다. 각종 '사법리스크'부터 '당내 설화'까지 대부분 이 대표가 자초한 일이라는 겁니다.
추가적으로 윤씨 탄핵 선고까지 막판 변수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야권은 윤씨 구속 인용 취소가 받아들여진 것에 관해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흐릅니다. 민주당은 윤씨 구속 취소가 결정된 직후 이 대표의 요구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은 즉시 항고함으로써 국민적 상식 부합 판단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이 대표는 법원의 결정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함께 반드시 빛의 혁명을 완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