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격' 한 달…뒤에서 웃는 '시진핑'

행정명령만 100건 넘게 조치…더 강력해진 '미 우선주의'
“트럼프 상호 관세, 미국 경제 불확실성 키우고 있어”

입력 : 2025-02-17 오후 3:56:28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오는 20일(현지시간)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46건의 행정조치에 서명하면서 현재까지 100건이 넘는 행정조치를 취했는데요. 더 강력해진 '미 우선주의'로 돌아온 트럼프는 취임 후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기존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특히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을 쏟아내면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 정치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행정명령과 각서, 포고 등 대통령 행정조치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16일 기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행정조치는 109건에 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의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데이토나 500 NASCAR 레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 중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보편 이어 '상호 관세'까지동맹 직접 겨냥
 
트럼프 한 달은 관세 융단 폭격으로 정리됩니다. 작년 대선 기간 내내 공언해 온 관세 전쟁은 지난 4일 중국에 대한 추가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0일부터 보복 조치에 들어가면서 시작됐습니다. 동맹국이자 주요 무역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25%의 전면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는 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언제든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뿐만이 아닙니다. 관세 전쟁의 전선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으로 확대됐는데요.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오는 내달 12일부터 부과합니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핵심 품목에 대한 일괄적 관세 부과 방침도 밝혔습니다. 여기에 보편 관세에 이어 상호 관세와 부가가치세까지 언급했습니다. 다만 곧바로 상호 관세를 물리는 조처는 없었는데 속도 조절과 함께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상대국들의 관세를 낮추도록 강제하기 위한 '소리만 요란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달간 관세 폭풍 속에서 실제 적용에 들어간 건 중국의 추가 관세 1건 이기 때문입니다. 테드 머피 변호사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라며 "그는 큰 그림을 그리듯 말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발언 중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협상 전술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각 국가와 기업을 고심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2024년 10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조직 미디어 투어 중 양산 심해 항구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미 제조업 경쟁력 떨어뜨릴 것"
 
무엇보다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이 큽니다.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뉴욕타임스(NYT)>는 상호 관세 부과 절차 착수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한다면 미국의 공장들은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베트남산 신발, 브라질산 기계와 농산물, 인도네시아산 섬유, 고무 등 광범위한 제품에 적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수출품에 상응하는 높은 관세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어느 날 그의 무모한 관세 위협은 미국의 투자와 고용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더 가까워지도록 장려하는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허풍을 떨고 있지만 시진핑은 웃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채드 다운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두 가지 방식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각국에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WTO 회원국들이 서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다른 회원국들과 협상한 최대 관세율을 초과하여 관세율을 인상하면 무역 규칙도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유명한 자유무역주의자인 팻 투미는 "대통령의 계획이 단순히 미국이 자국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생활 수준을 낮추며 미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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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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