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주주가 모여 회사의 조직과 경영 사항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주총을 통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진용을 새로 짜는 등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만큼 많은 관심이 쏠립니다. 기업들은 올해 전문성이 두드러진 인사를 이사진에 대거 영입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대기업들의 주총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올해 주총 주요 기업 안건을 면면히 살펴보면 이사진 ‘전문성 강화’가 도드라집니다. 과거 관료와 법조인 중심의 이사회를 꾸린 것과 달리 교수, 기업인 등 산업별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대거 영입한 것인데, 이를 통해 대내외 복합적인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교수를 선임합니다. 삼성전자는 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내이사로 신규 내정했습니다. 반도체 분야 기술 전문가를 이사진에 보강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 회복에 힘을 싣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됩니다.
SK하이닉스는 한명진 SK스퀘어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합니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중간지주사이자 투자 전문 회사입니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반도체 분야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도 도진명 전 퀄컴아시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반도체 전문가를 보강했습니다. 도 전 부회장의 경우는 그린수소 생산 전문 기업 ‘엘리먼트 리소스’ 등기임원 이력도 있습니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쓰일 기술 개발과 수소·전기차 등 미래 사업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도 변경합니다.
이사 보수한도 상한 안건도 현대차그룹 주총에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에서만 연봉을 받아온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3년 122억1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해 같은 해 177억여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이어 재계 총수 중 ‘연봉 2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만일 현대차에서 이사 보수 한도가 증액이 되고 기아에서도 연봉 수령이 결정되면 재계 ‘연봉킹’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계 서열 4위인 LG의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습니다. LG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강성춘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진에 신규 내정합니다. 강 교수는 오랜 기간 인적자원 관리 분야를 연구한 경영전략·인사제도 전문가입니다. 지주회사인 ㈜LG의 경우에도 권봉석 부회장과 하범종 사장 재선임이 이뤄진 가운데 재무 전문가인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했습니다. 재무와 인사 분야 전문가 보강으로 내부 경영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주력 계열사의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한화그룹은 미국 공화당 인맥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며 네트워킹 강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에드윈 퓰너 미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한화오션이사인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가 각각 한화와 한화오션 이사로 임기 연장된 것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