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경기 광명시 광명7구역에서 사업시행자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둘러싼 잡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광명7구역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주민대표준비위원회 측은 GH가 소유자를 대표하는 위원회와 협의 없이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 업체 선정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 연휴에 발주계획 공고?"…주민준비위원회,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제기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GH는 지난 1월 24일 오후 나라장터에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정비사업관리 용역'이라는 제목의 사전규격과 발주계획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전규격과 발주계획이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1월 24일 금요일 오후에 공개되고 의견등록마감일시가 연휴 중인 1월 29일 오후 23시59분으로 표기돼 있어, 이를 두고 주민대표준비위원회(위원회) 측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경기 광명시 광명7구역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광명7구역은 현재 공공재개발 사업에서 일종의 조합의 역할을 하는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민대표회의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구성되는데요. 위원회 측은 현재 동의서 징구 절차가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48% 동의를 받아 주민대표회의 구성이 임박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재후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후보는 "연휴 시작 시점에 발주계획 등을 올렸다는게 이해가 안된다"며 "심지어 마감일시도 구정 연휴 중으로 표기가 돼 있다. 토지등소유자부터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어떻게 이 시기에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GH가 이 모든 과정을 이해 당사자인 토지등소유자와 사전 협의도 없이 진행시켰다는게 더 큰 문제"라며 "이를 두고 GH가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일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위원회 측은 GH를 상대로 '주민대표회의와 협의 없이 추진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 업체 선정 절차 중단 요청의 건'으로 내용증명을 보냈고, 지난 2월 17일 오후 2시경 GH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절차를 가졌습니다. 다만 위원회 측은 이같은 항의에도 GH 담당 팀장 등이 협의 없는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GH, 의혹에 "사실무근"…주민과 지속 협의, 단 업체 선정은 시행자 고유 몫
이에 GH는 지난 3월 4일 위원회 측에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발송했습니다. GH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9조 제1항에 의거 사업시행자가 계약체결하려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는 사항"이라며 "GH는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 시행자로 지정돼 동법 및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령 및 절차를 준수해 용역 등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회신했습니다.
또 특정 정비사업용역업체를 이미 선정했거나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재후 위원장 후보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고 GH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정비 사업 전문 관리 용역 업체를 선정해야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만약 이런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정비 사업 전문 관리 용역업체를 GH가 선정한다면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수수료 등 비용은 GH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GH 관계자는 "발주계획 공개 시점이 설 연휴였던 것은 5일 간 사전 규격 공개 규정과 내부 행정 절차를 거치면서 정해진 것이다. 특별한 이유로 이 기간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광명7구역 공공재개발 과정에서 주민주민위원회는 물론 향후 구성될 주민대표회의 등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용역업체 선정등은 관련 법률 규정 등에 따라 시행자인 GH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경기 광명시 광명7구역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강제조항 없는 공공재개발 법률…"악용 가능성 있어"
이 같은 논란을 두고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도시정비법 시행령 규정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도시정비법) 제 47조 주민대표회의 관련 5항에는 "주민대표회의 또는 세입자(상가세입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는 사업시행자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제53조에 따른 시행규정을 정하는 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는 주민대표회의 또는 세입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정도만이 표기돼 있습니다. 공공시행자가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것은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입니다.
이재현 법무법인 윤강 변호사는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일방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계약 업무 처리 기준 등 제한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며 "다만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도입기간도 짧고 사례도 적어 관련 법률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시행자인 공공기관이 입맛에 맞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며 "법조계에서도 관련 조항이 미비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개정 움직임 등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