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씨 탄핵 선고를 앞두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전을 찾았습니다. 충북 음성 출신인 김 지사에게 충청권은 주요 지지 기반 중 한 곳입니다. 김 지사가 공식 일정으로 대전을 찾은 건 취임 이후 4번째, 올해만 2번째입니다. 김 지사는 대전에서 청년이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을 당부하는 한편 민주당 단합을 강조했습니다. 충청권 출신이 충청에서의 바람몰이로 대권을 잡는다는 '충청 대망론'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김 지사는 12일 오전 대전 유성구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김 지사는 "윤씨는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정말 적절치 않은 행동을 했다"면서 "국민들에게 사죄를 해도 부족한 판에 다시 한번 나라를 쪼개고 반성은커녕 적반하장 극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라가 다시 쪼개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확실한 내란과 계엄의 종식, 정권 교체라는 종착역을 향해서 가고 있는 탄핵 기차가 잠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서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청년들이 목소리 내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는 또 "목소리를 내고 이 자리에서 행동하고 그것이 무엇이 됐든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게 우리 삶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 한가운데 와서 학생들에게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일들은 불확실성 제거, 내란 종식과 탄핵의 완성, 100% 즉시 완성(이라고)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이라는 주제로 특강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아울러 김 지사는 특강을 마친 뒤엔 기자들과 만나 "애초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한 것은 만약에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고 하면, 압도적 대선 승리가 있어야지 국민 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 취지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주장을 했던 것이고 저도 찬성했다"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가장 빠른 시간에 내란의 종식과 탄핵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은 오픈프라이머리나 대선에 대한 전략과 방법에 대한 문제가 우선이 아니고 100% 탄핵을 조기에 달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대선에 당으로서 전략 이야기할 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으로서는 힘 합쳐서 대선의 전략이 아니라 새 대한민국을 위해서 탄핵 조기 완성, 100%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들은 오픈프라이머리나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주장해왔습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당내 주류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는 견제구로 해석되는 행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씨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이런 요구들은 이전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이에 김 지사는 당내 단합을 강조하며 자신이 그동안 주장한 오픈프라이머리 주장을 잠시 접어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김 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의 감세 담론에 대해선 결을 달리했습니다. 김 지사는 충남대 특강에서 "세금 깎아주고 표 얻기 위해서 선거 앞두고 감세 경쟁을 정치권에서 벌이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온당하지 않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나라의 지도자라면 비전을 갖고 그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을 생각한다면 증세 얘기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87년 체제가 아닌 새로운 제7공화국으로 가야 한다"며 "그 제7공화국은 오늘 주제처럼 모두의 나라가 돼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두의 나라다. 대통령의 나라도 아니고, 특정 정당의 나라도 아니고, 특정 정치 그룹의 나라도 아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며 "모두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갈라지고 쪼개진 대한민국의 화합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에서 충남대 학생과 교수들을 상대로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충북 출신입니다. 특강에서 충청과의 인연을 강조했고, 충청권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습니다. 김 지사는 "저는 충북이 고향이고, 처는 충남이 고향"이라며 "(저는) 충청의 아들, 충청의 사위, 충북의 아들, 충남의 사위"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전국) 10개 대도시에는 10개의 서울대를 만드는 지역 균형 빅딜이 필요하다"며 "다음 대통령은 취임한 다음날부터 근무를 세종시에서 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하지만 '행정'이라는 말을 빼도 될 거 같다"고 했습니다.
대전=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