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행보 꼬인 오세훈·김동연

윤석열 석방으로 개헌론 힘 떨어져
오 시장 "추후 정리해서 답변할 것"
김 지사, 윤씨 구속취소·석방에 반발

입력 : 2025-03-10 오후 5:49:01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윤석열씨 구속취소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가 꼬여버렸습니다. 이들은 윤씨의 파면 이후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해 대권 행보를 해왔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고, 오 시장은 성장론을 담은 책 출간까지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씨 석방으로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인용 여부, 선고 일정도 안갯속이 됐습니다. 조기 대선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오 시장은 10일 오후 리모델링 현장인 서울 서대문구 홍제 유원하나아파트를 방문한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씨 탄핵 심판이 각하·기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헌재 심판 과정에서 여러 증거 법칙에 어긋나는 무리스러운 진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며 "'보다 객관적인 공정한 심판이다' 하는 판단이 이루어질 정도로 다시 변론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어 "시간에 쫓기듯이 공정한 재판이 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특히나 청구인의 방어권 행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힘을 얻게 되면 아마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한쪽에서든지 반대쪽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그런 사회적 갈등이 예상이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론이 재개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심판 일정이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게 되면은 아마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다른 의견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 유원하나아파트를 찾아 내외부 개선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를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윤씨 석방으로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엔 "추후에 그 점에 대해서는 좀 정리를 해서 답변하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동안 오 시장은 대권 행보 과정에서 개헌을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1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었고, 지난 7일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개정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은 아울러 임기단축형 개헌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이 개헌을 이야기해온 이유는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조기 대선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오 시장이 속한 여당 국민의힘에 '내란 세력'이라고 공격할 것이라고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오 시장이 '내란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개헌론으로 희석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또 오 시장으로서는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맞서는 모양새를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조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 대표로서는 현상 변경을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오 시장은 개헌을 주장함으로써, 개헌에 미온적인 이 대표를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인으로 공격할 수 있는 겁니다.
 
아울러 오 시장이 개헌론과 함께 내세운 메시지는 성장론입니다. 오 시장은 이달에 신간 '다시 성정이다'를 출간할 예정이었습니다. 책은 △도전과 성취와의 동행 △약자와의 동행 △미래와의 동행 △중앙 지방과의 동행 △자유 진영과의 동행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럼에서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한 5% 정도를 만들어내려면 산업정책, 재정 투자, 금융 활성화, 세금 개혁, 노동 개혁, 규제 개혁을 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씨 석방으로 인해 오 시장이 다른 대권 주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개헌론과 성장론은 힘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덩달아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김 지사도 개헌과 오픈프라이머리 등을 거론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했지만, 윤씨 구속취소로 인해 이같은 개혁론들이 묻힐 위기에 처한 겁니다. 이에 김 지사는 개헌·오픈프라이머리 등의 메시지를 줄이고 윤씨 석방에 대한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더 내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내란 우두머리의 구속 취소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상식 밖의 일이자, 있을 수 없는 일. 절차상의 엄정함을 내세우면서 내란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 지사는 지난 8일에도 SNS에 올린 글에서 "내란정범들은 구속 수사 중인데, 정작 내란수괴는 석방됐다"며 "나라와 국민에 충성해야 할 검찰총장이 결국 ‘'임명권자'이자 ‘검찰 수괴’에게 충성을 바쳤다"며 "풀려난 수괴는 '법치' 운운하며 나라를 더욱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꾸라지들이 물을 흐릴 수는 있어도 강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봄은 반드시 온다"며 "내란 단죄, 새로운 나라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 끝까지 빛의 연대로 함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이는 개헌과 오픈프라이머리에 매진하던 앞선 행보와는 대조적입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일곱번째나라LAB'과 '포럼 사의재'가 주최한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심포지엄 후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결국 제7공화국 가기 위해서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이미 다시는 이와 같은 불법 계엄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계엄 대못 개헌과 경제 개헌 그리고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하는 개헌을 이미 주장한 바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 단축까지도 하는 개헌을 이미 주장한 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선 선거연대와 공동정부가 만들어져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은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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